‘카터’ 정병길 감독 “새로운 시도하는 게 창작자”[쿠키인터뷰]

‘카터’ 정병길 감독 “새로운 시도하는 게 창작자”[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8-24 10:00:01
정병길 감독. 넷플릭스

생각해보면 버스에 탄 외국인들을 비춘 제일 첫 장면이 가장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넷플릭스 영화 ‘카터’(감독 정병길)는 모텔에서 창문을 깨고 탈출한 카터(주원)를 쉴 새 없이 달리게 한다. 처음엔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몰랐던 카터가 점차 기억을 되찾으며 액션에 맥락과 감정이 생긴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롱테이크 액션 장면이 현실성을 높이고 몰입을 돕는다.

지난 5일 공개된 ‘카터’는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 글로벌 톱10 영화 부문 시청 시간 1위를 차지했다. 호불호가 크게 갈렸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 지난 10일 화상으로 만난 ‘카터’ 정병길 감독은 “만감이 교차한다”라며 “‘카터’ 순위가 높이 올라가서 하루하루 익사이팅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 감독은 ‘카터’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떠올렸는지 설명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서울에서 출발해 북한을 지나 중국까지 달리는 그림을 생각했어요. 한 번에 실시간으로 달리면 쾌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 리얼타임 영화로 만들었어요. 서울부터 중국까지 가는 데 8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주인공 혼자 8시간을 쫓아가야 하니까, 귓속에 장치가 있어서 누군가와 말하는 상황이면 어떨까 생각했죠.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처음엔 말을 믿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처음부터 그렇게 썼습니다.”

영화 ‘카터’ 현장 스틸컷

‘카터’ 속 액션 장면들은 언뜻 봐도 난이도가 높다. 정병길 감독은 전작 ‘우린 액션배우다’, ‘악녀’에서 보여준 액션을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액션을 시도했다. CG 도움 없이 직접 하늘에서 찍은 스카이다이빙 액션은 백미다. 정 감독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는 것에 거부감도 있고 피로가 커요. 하지만 새로운 걸 하면 쾌감이 있어요. 제가 새로운 걸 만들길 바라는 분들도 있다고 믿어요. 그 믿음 때문에 힘들고 어렵지만, 두려움보다 설렘으로 하려고 해요. ‘우린 액션배우다’를 찍을 때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어요. 하지만 남들이 하면 안 될 거라고 한 걸 전 과감하게 선택했죠. 결국 제 영화 중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어요. 결과가 좋은 안 좋든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창작자의 몫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병길 감독의 꿈은 영화 감독이 아니었다. 영화를 좋아했지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 간판 그리는 일을 꿈꾸기도 했다. 결국 동양화를 전공한 이후 다시 영화의 길로 들어섰다. ‘카터’도 수묵화를 그리듯 표현하고 싶었다.

정병길 감독. 넷플릭스

“원하는 대학을 못 가고 3수를 할 때 노량진 학원 앞 동시상영 극장이 있었어요. 학원에 간다고 하고 매일 극장에 갔어요. 친구들이 학원에서 나오면 그들은 오늘 배운 걸 얘기하고 전 영화 얘기를 했죠. 입시 공부가 정말 고통스러웠는데, 영화를 보면 2시간 동안 다른 생각을 못 하게 해줬어요. 고민이나 잡념을 없애주는 게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 싶었어요. 특히 액션 영화는 머릿속이 더 하얘지는 것 같았죠. 누군가의 고민이나 잡념을 덜어줬으면 하고 바라며 ‘카터’를 기획한 것도 있어요.”

정 감독은 ‘카터’를 “태어나서 제일 열심히 만든 영화”로 설명했다. 동시에 가장 힘들게 한 영화고, 가장 행복하게 한 영화이기도 하다. 후반 작업 시간이 부족해 영화를 다시 보면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위혐한 액션 영화를 큰 부상 없이 무사히 끝낸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영화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를 자식에 많이 비유해요. 제 전작들은 절 힘들게 만들기도 했던 제 자식들이에요. 하지만 ‘카터’는 제가 자식이고 ‘카터’가 부모 같다고 생각해요. ‘카터’라는 부모가 날 키웠구나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큰 사고 없이 영화를 마무리하지 않았나 싶고요. 그만큼 열심히 했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