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정보는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해, 원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정보의 사용·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다. 2020년 8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데이터 3법) 시행과 함께 등장한 개념이다. 디지털 전환 가속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이 커졌고, 가명정보도 따라서 주목받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가명정보 활용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공모했고, 이듬해 8월 전국 최초 가명정보활용지원센터가 강원도 원주에 개소했다.
센터 주요 사업은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안전한 가명처리를 위한 시설과 솔루션, 교육·컨설팅을 제공한다. 가명정보 활용 인식 확산 등 ‘인지도 강화’ 또한 센터 몫이다.
개소 1년 성과는 미미하다. 센터 측에 따르면 가명정보 처리 4건, 컨설팅 진행은 10건 내외다. 적합성 심의는 7건을 지원했고 적정성 심의는 3건을 진행했다. 활동도 뜸하다. 사업설명회나 교육·세미나도 지난해 10~11월 이후로 중단됐다. 센터가 본격적으로 운영된 건 지난달부터다. 센터는 열었지만 구축까지 약 1년을 더 소진한 셈.
세금낭비 지적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원센터 운영예산은 6억원이다. 이중 절반은 개인정보위가, 나머지 절반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1호점’이 허둥대는 사이에 오는 29일 부산에서 세 번째 센터가 연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4월 부산시와 한국인터넷진흥원, 부산테크노파크 등과 센터 구축·운영 업무협약을 맺었다.
센터는 “절차 탓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강원센터는 지역 병·의원 의료데이터 가명처리를 전문으로 하는데, 내부 규정 없이 가명처리를 신청하려는 병원들이 간혹 있다 보니 그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컨설팅과 설명회를 진행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센터 관계자는 “가명처리 신청이 들어오면 일반 병원이나 대학병원에 내부 규정을 정비해야 하는데 연구진과 데이터 처리 부서가 다르다”라며 “지원하려고 해도 규정 수정 절차가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가명처리 시스템 이용 신청을 접수하면 담당자가 신청내용과 부속서류를 검토해 이용 승인 혹은 거부를 결정한다. 센터 입장에선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불법을 용인하는 셈이 된다. 의료데이터는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어 더 유의해야 한다.
센터 관계자는 “의료데이터는 함부로 가명처리해서 쓸 수 없다”며 “가명처리 신청 사유는 대부분 공동연구나 제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인데, 센터 입장에서도 대충 처리해볼 수 없다보니 성과가 더디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초창기라 대학병원들도 혼란스러워하지만 절차를 밟고 있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올 연말이면 제대로 된 실적이 나올 것이고 내년이 되면 가명처리가 많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