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국비 도움 없이 자체 예산으로 지역화폐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업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선 “물가도 크게 올라 잘 쓰고 있었는데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예산이 사라졌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7035억원을 투입해 17조5000억원 상당의 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했지만 내년에는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는다. 올해 지역화폐 발행액은 총 30조원이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대다수의 지역에서 실시 중이다. 통상 결제액의 10%를 적립금 형태로 할인해 판매하며 할인폭 중 4%는 중앙정부, 6%는 지자체가 부담해왔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지방재정 여건이 코로나19 터널을 나오면서 중앙정부에 비해 좋아지고 있고 내년에는 지방교부세금 22조원이 증가한다”며 “중앙과 지방 간 재정 측면에서의 역할 분담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이면 지역화폐 사업 축소도 불가피하다. 이미 경기도 일부 지역은 지역화폐 이용자에게 주는 혜택을 10%에서 6%로 조정했다. 대전시처럼 아예 폐지도 논의 중인 곳도 있다.
이같은 소식에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지연(34)씨는 “거주지 인근 지역별로 지역화폐를 발급받아 필요할 때마다 각 지역에서 잘 쓰고 있다”며 “세금은 세금대로 올랐는데 혜택은 줄어드는 기분”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주부 박은수(40)씨는 “30만원을 충전하면 3만원이 할인된다.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물가가 많이 올라 식자재와 생필품 사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지역화폐 사업까지 축소되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재래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지역화폐를 쓰는 손님이 부쩍 늘었는데 (축소될 수 있다니) 아쉽다”고 했다.
온라인에도 비슷한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맘카페와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줬다 뺏는 기분” “서민 죽이기 같다” “학원비, 외식비, 미용실 등에 잘 썼는데 아쉽다” 등 누리꾼들의 반응이 잇따랐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도 “손님들이 지역화폐 많이 사용하는데ㅠㅠ” “동네 상권 타격 없지 않을 것” 등의 의견이 나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