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갈등의 원인 해소와 성평등 실현을 위해 청년과 시민사회 활동가, 교수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젠더갈등의 원인 해소 및 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했다. 쿠키뉴스,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대학알리가 주관했다.
이날 기조 발제는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박 위원은 ‘성별 불평등 현실과 젠더갈등 프레임 극복을 위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젠더갈등의 원인으로 짚었다. △젠더 격차와 청년세대의 박탈감 △세대별 성평등 인식 차이로 인한 반발 △성평등 및 젠더 이슈를 페미니즘·여성 혐오 담론으로 치환하는 언론 △세대·젠더 갈등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활용하는 정당 정치 등이다. 그는 “국가는 어떤 정책적 개입을 통해 (젠더갈등을) 극복해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세대별, 젠더별로 변화하는 정책 욕구에 대응해 성평등 정책의 체감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젠더갈등 원인과 해법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토론의 좌장은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맡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젠더갈등 프레임을 벗어나 성차별을 직시해야 한다고 봤다. 젠더갈등 자체가 정치권 편 가르기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김연웅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는 “갈등에는 당사자 간 화합되지 않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2030 남성과 여성 간 이러한 요소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갈등이 아닌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명숙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활동가도 성별 임금격차, 경제활동참가율,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등 여전히 공고한 유리천장 통계를 제시했다. 그는 “성 불평등을 시정할 프레임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며 “평등과 공정을 가로막는 것이 성차별”이라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이에 맞는 입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는 “디지털 전환이 가져다준 일자리와 조직 문화 변화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2030 여성들이 겪고 있는 성과 재생산건강권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법론도 제안됐다.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정책위원장은 차별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차별 실태 데이터 수집해 갈등의 원인을 진단, 통계를 토대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13년 유럽성평등연구소를 통해 회원국 대상으로 평등기구 실태 및 우선과제 요구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근거로 투명한 임금공시 등 우선과제를 수립, 각 회원국에 권고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의견을 풀어냈다. 앞서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 과반은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 40대 이상 과반은 폐지에 반대했다. 홍 소장은 “40대 이상 남성들은 젠더문제에 우호적이다. 사회진출과 승진, 결혼 등에서 여성차별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반면 2030 남성은 취업에서 좌절을 맛본 세대다. 취업 준비 대신 2년간 군 복무했다는 것에 대해 박탈감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성 또한 유리천장과 결혼 후 육아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녀 대결 구도로 보지 말고 각각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정치권에서 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보다 다양한 청년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었다. 조아진 WNC 대표는 “보수화된 20대 남성이 실제로 얼마나 존재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만 정책적 아이디어를 얻어서는 안 된다”며 “현실에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시끄러운 목소리가 아닌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현범 쿠키뉴스 기자도 “정치권은 진짜 2030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특정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아닌 일반 청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