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숭 뚫린 구멍으로 새어 나오는 웃음 ‘공조2’ [쿡리뷰]

숭숭 뚫린 구멍으로 새어 나오는 웃음 ‘공조2’ [쿡리뷰]

기사승인 2022-08-31 06:00:01
‘공조2: 인터내셔날’ 포스터

5년 만에 후속편으로 돌아왔다. 1편에서 관객들이 무엇을 좋아했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파악한 눈치다. 이야기는 더 가벼워졌고, 인물은 더 많아졌다. 이번엔 웃음에 모든 걸 걸은 것처럼 작정하고 웃긴다. 웃음이 터져도 왠지 진 기분이 들고, 매끄럽지 않은 이야기는 찝찝해도 일단 넘어가게 된다.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은 범죄 조직을 이끄는 장명준(진선규)을 잡으려고 한국에 투입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이 다시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와 공조 수사를 벌이는 영화다. 미국에서 림철령과 한 차례 부딪혔던 FBI 소속 요원 잭(다니엘 헤니) 역시 장명준을 잡으려고 한국에 오며 세 국가 형사가 만난다. 각자 입장과 해결 방식이 다른 세 사람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단 손을 잡는다.

액션과 코미디가 영화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떻게든 이기고, 어떻게든 웃기는 전략이다. ‘공조’가 액션과 코미디를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양념으로 썼다면, ‘공조2’는 액션과 코미디를 위해 이야기가 존재한다. 비중이 커진 만큼 공을 들였다. 액션 종류가 다양해졌고 완성도가 높아졌다. 파리채나 소화기 등 우리 주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이용해서 펼치는 액션은 ‘공조2’가 어느 국가 영화인이 선명히 알려준다. 다음 장면이 예상되는 익숙한 코미디는 웃음 강도가 높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하지만 웃음을 강요하지 않고 적당한 선을 지킨다. 배우의 캐릭터와 개인기에 기대지 않고 상황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방식 역시 마음 편히 지켜보게 하는 이유다.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컷

인물을 추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한국 형사 와 북한 형사가 한국에서 공조 수사를 벌이는 ‘공조’에선 서로 국가와 문화 차이에 갈등을 벌이던 두 사람이 결국 다름을 극복하며 손을 잡는 이야기였다. ‘공조2’는 이미 사이가 돈독한 두 사람 사이에 미국에서 온 잭이 더해져 구도가 달라졌다. 무대인 한국은 그대로지만, 러시아인까지 등장해 국제 관계가 한 곳에서 뒤엉키는 이야기다. 극 중 진태(유해진)가 맡은 역할처럼 ‘공조2’는 화가 많이 난 두 외국인을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정서로 화해시키고 하나로 만든다. 많은 관객을 가장 쉽고, 가장 확실하게 설득하는 방식이다.

여러 장면에서 현실성이 떨어지고 해결이 쉽다. 어려운 미션을 주인공들이 공들여 해결하는 것엔 큰 관심이 없다. 수많은 총탄이 쏟아져 모두가 쓰러져도 주인공은 모두 피한다.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지 않아도 반드시 사건을 해결할 거란 믿음을 준다.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날 걸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즐겁게 보도록 하는 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인물들이 어떻게 갈등을 극복하고, 얼마나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고, 얼마나 극적으로 해결하는지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한국적인 소재를 적극 활용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눈에 띄고, 이리저리 흐트러뜨린 이야기를 나름대로 모두 수습한다. 동시에 코미디를 전달할 수 있으면 어느 정도 개연성을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1편이 그랬듯, 연휴 기간에 온 가족이 보기 좋은 영화다. 1편 인물들이 그대로 나오는 만큼 알고 보면 더 재밌다. 하지만 영화 분위기와 다루는 사건이 완전히 달라 별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미디와 액션을 중심으로 한 형사 이야기라는 점에서 ‘범죄도시’ 시리즈가 떠오른다. ‘범죄도시’가 히어로 마동석과 형사에 초점을 맞췄다면, ‘공조’는 인물 간의 호흡과 코미디에 집중했다.

다음달 7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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