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계산법 바뀐다… “지역가입자 부담 줄어”

건강보험료 계산법 바뀐다… “지역가입자 부담 줄어”

기사승인 2022-09-01 06:00:12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늘(1일)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이번 달부터 건강보험료 계산법이 바뀐다.

정부는 2018년 7월에 건보료 부과체계를 한 차례 고친 바 있다. 이 1단계 개편을 통해서는 세대 구성원의 성별과 나이를 따져 보험료를 부과하던 ‘평가소득’ 방식을 없앴다. 이후 4년 2개월 만에 한 번 더 부과체계를 손보는 것이다.  

이번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을까. 내 보험료는 어떻게 얼마나 달라질까. 31일 안수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장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안수민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장.   사진=박효상 기자

공정성 높이려고 ‘소득 중심’ 부과체계로 개편… “보험료 수입 감소 각오”

현재 건강보험료를 매기는 방식은 지역가입자냐 직장가입자냐에 따라 다르다. 직장가입자는 보수(월급)와 보수 외 종합소득(사업·이자·배당·연금·근로·임대소득 등)에 보험료를 부과한다. 반면 소상공인, 일용근로자, 특수고용직 종사자(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은퇴자 등이 속하는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 외에 재산과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부과한다. 또한 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는 지난 7월 기준 1793만7000명에 달하는데, 납부능력이 충분한 이들도 많다. 이처럼 직장가입자냐 지역가입자냐에 따라 보험료 부과방식이 다른데다, 무임승차자도 많아 공정성·형평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두 차례에 걸친 부과체계 개편은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를 매기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다. 특히 이번 달 시행하는 2단계 개편을 통해서는 재산과 자동차에 무는 보험료 비중을 줄이고, 소득정률제와 주택금융부채 공제 제도를 도입해 지역가입자 부담을 낮춘다. 보험료를 낼 만큼 소득이 충분한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한다.

안수민 본부장은 “‘건보료를 더 걷으려고 부과체계를 개편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바뀐 방식을 적용하면 보험료 수입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고쳐 시행하는 건 능력에 맞게 보험료를 부담하는 공정한 부과체계를 세우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지역가입자 65%는 건강보험료 부담 줄어든다

이번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지역가입자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지금까지 지역가입자에게는 가진 재산에서 500만~1350만원 뺀 나머지 재산에 보험료를 물었다. 그런데 이번 달부터는 재산과표 5000만원(공시가격 8300만원, 시가 1억2000만원 상당)을 기본으로 공제한 후 남은 재산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전체 지역가입자 중 재산보험료를 납부하는 세대 비율은 60.8%(523만 세대)에서 38.3%(329만 세대)로 감소한다.

여기에다 9월부터 무주택자(전·월세)나 1주택자인 지역가입자가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임차하기 위해 빌린 부채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재산과표 5000만원 기본공제’와 ‘주택금융부채 공제’를 모두 하면 1주택(재산과표 3억 이하) 세대의 경우 최대 과표 기준 1억원(시가 2억2000만원 상당)까지 재산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재산 보험료 부담이 많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에 대한 건보료 부과 방식도 바뀐다. 지난달까지는 1600cc 이상인 자동차, 1600cc 미만이지만 가격이 4000만원 이상인 자동차에는 보험료를 매겼다. 하지만 이번 달부터는 4000만원이 넘는 자동차에만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보험료 부과 대상 자동차는 약 179만대에서 12만대로 적어진다.

9월부터 도입하는 소득정률제도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춘다. 지금까지는 지역가입자 소득을 97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보험료를 산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직장가입자처럼 소득에 보험료율(2022년 기준 6.99%)을 곱해 보험료를 부과한다. 그러면 연간 종합소득이 3860만원을 넘지 않는 지역가입자는 소득에 대한 보험료가 낮아진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1500만원인 지역가입자라면 월 건보료가 13만770원에서 8만7370원으로 줄어든다.

안 본부장은 “재산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험료를 낼 능력도 충분하다고 보기엔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그래서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재산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9월부터 지역가입자 최저보험료는 월 1만4650원(연소득 100만원 이하)에서 1만9500원(연소득 336만원 이하)으로 오른다. 오른 금액은 직장가입자 최저보험료와 같다. 최저보험료 인상으로 저소득층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안 본부장은 “보험료가 오르는 242만 세대의 인상액(월평균 4000원)을 2년간 전액 감면하고, 이후 2년 동안도 인상액의 절반만 부담하도록 하는 완충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이번 부과체계 개편으로 인해 지역가입자 859만 세대 중 65%에 해당하는 561만 세대의 월 보험료가 3만6000원(평균 15만원→11만4000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275만 세대는 변동이 없고, 약 23만 세대는 보험료가 올라간다.

안 본부장은 “직장인도 은퇴나 실직 등으로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다”면서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방식을 합리화한다면 직장가입자도 나중에 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적정하게 부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수입 많은 직장인은 보험료 더 내야… ‘피부양자 탈락’ 27만명 

이번 달부터 직장가입자의 보수(월급)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 기준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연간 3400만원이 넘는 보수 외 소득에 보험료를 매겼다. 예를 들어 월급 말고 일 년간 번 돈이 3600만원이라면 200만원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했다. 이 기준이 2000만원으로 낮아져 앞으로는 1600만원에 보험료를 문다. 이에 따라 연간 2000만원이 넘는 월급 외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약 45만명(전체의 약 2%)은 보험료가 늘어날 전망이다. 대다수 직장인은 보험료 변동이 없다.

지금까지는 연소득 3400만원을 넘지 않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얻어 보험료를 내지 않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다. 이에 따라 전체 피부양자의 1.5% 정도인 27만3000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야한다. 피부양자는 직장가입자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여겨 건보료를 내지 않는데, 연소득 2000만원이 넘으면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안내던 보험료를 내야하는 상황을 고려해 2026년 8월까지 4년간은 부담을 줄여준다.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1년차는 보험료의 20%만 내면된다. 2년차는 40%, 3년차는 60%, 4년차는 80%를 납부한다. 

또한 지금까지 공적연금소득(국민연금,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과 일시적 근로에 따른 근로소득은 해당 소득의 30%에만 보험료를 부과했는데, 이를 50%로 상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연금소득의 경우 연 4100만원(월 341만원) 이상인 약 8만3000명은 보험료가 오를 전망이다.

건강보험료 수입 2조원 넘게 감소할 듯… 문제없나

건보공단은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직장가입자 보험료 수입이 59조6000억원에서 59조9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지역가입자 보험료 수입은 ‘최저보험료 상향’, ‘피부양자 27만명 지역가입자 전환’ 등을 반영해도 11조9000억원에서 9조5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본다. 빼고 더하면 줄어드는 수입이 2조원을 훨씬 웃돈다. 건강보험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안수민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는 보험료 인상보다 ‘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자는 기조”라고 말했다. 의료 사용량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지출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 본부장은 건강보험 보장 수준을 유지 또는 확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국고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행 법령에 따라 정부는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국고지원은 매년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지원을 명시한 법 조항은 오는 12월31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안 본부장은 “우리나라와 같은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 제도를 택한 대만, 일본, 프랑스의 경우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국고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했다. 실제로2020년 기준으로 일본, 프랑스, 대만은 각각 보험료 총 수입의 23.1%, 62.4%, 21.7%를 지원했다. 우리나라 13.8%(2021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안 본부장은 “건강보험은 코로나19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건강을 지키는 중추적 역할 수행했다”면서 “감염병 대응, 노인·장애인·취약계층 지원 등 건강보험이 국가책임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는 걸 고려하면, 정부지원이 아닌 ‘분담’ 형태로 관점 변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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