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 이어 마차까지, 게이머가 달라졌다

트럭에 이어 마차까지, 게이머가 달라졌다

기사승인 2022-09-01 09:53:43
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서 진행된 마차시위.   쿠키뉴스 DB

게임업계 고객들의 성향이 변했다. 과거엔 게임을 중단하거나 이탈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일관했다면, 최근엔 집단행동에 나서며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게이머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한 시위가 잇따르면서, 소통 능력이 게임사의 필수 덕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발단은 작년 1월 넷마블 ‘페이트 오브 그랜드 오더’를 향한 트럭 시위였다. 기존 이용자 대상 캠페인이 갑자기 중단된 것에 불만을 품은 유저들이 항의 메시지를 담은 트럭을 보냈다. 시위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불거진 넥슨 ‘마비노기’와 ‘메이플스토리’까지 확산됐다. 이에 부담을 느낀 사측이 비로소 소통에 나서면서, 트럭 시위는 게이머들의 대표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 잡았다. 

시위 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엔 카카오게임즈의 육성시뮬레이션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이하 우마무스메)’ 유저들이 사측의 운영 방식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은 마차(馬車) 시위를 진행했다. 실존하는 경주마를 모티브로 한 게임의 특성을 살린 것이다. 시위 진행을 위한 모금에는 200여명의 게이머들이 참여했다. 모금을 시작한지 29분 만에 950만원 가량이 모였다.

지난 6월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우마무스메는 지난달 26일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초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 서버와 비교되는 형편없는 운영 때문에 게이머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20일 구글 플레이 평점 4.5점을 기록했던 우마무스메는 31일 기준으론 평점이 1.5까지 떨어졌다. IT 기업이 밀집한 판교에 중세시대에나 볼 법한 마차가 등장하자 파급력은 상당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현재 확인된 사안은 물론 앞으로 전달해 주실 의견에 대해서도 꼼꼼히 확인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게이머들의 시위로 홍역을 치른 게임사들은 개발자가 직접 나서 소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초 마비노기가 진행한 밀레시안 간담회.   마비노기 유튜브 화면 캡처

게이머들은 인터넷 사용과 커뮤니티 이용에 친숙하다. 이슈가 공론화 되고 여론이 형성되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게임사가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용 소통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발표한 성명문에서 ‘유저 대표와의 간담회 개최 및 추후 지속적인 소통 창구의 신설’과 ‘논란이 된 사항에 대한 유저 대표와의 논의 진행 및 구체적인 개선안 발표’ 등을 요구했다. 사측의 대응이 불만족스러우면 재차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 게임 유저들이 응집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트럭 시위가 계기를 만들었다”며 “이용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비로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고 있다. 게임사와 이용자가 소통한다면 게임의 완성도나 수명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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