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글니글’ 이상훈 “장난감 통한 추억공유 즐거워요” [나는 ‘어른이’다] 

‘니글니글’ 이상훈 “장난감 통한 추억공유 즐거워요” [나는 ‘어른이’다] 

이상훈, 두리랜드에 피규어 박물관 ‘후니버셜 스튜디오’ 오픈
후니버셜 스튜디오,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
“어릴 적 이별한 장난감에 대한 공허함 있었다”
“리셀도 하나의 경제·문화현상 받아들일 수밖에”

기사승인 2022-09-02 06:01:01
개그맨 이상훈씨가 지난 8월 26일 경기 양주시 두리랜드 옆에 장난감 박물관 ‘후니버셜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이상훈씨를 떠올리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니글니글’ 웨이브를 타는 무대 위 개그맨을 떠올릴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레고와 피규어 등 장난감을 리뷰하는 키덜트 유튜버를 떠올릴 것이다. 최근에는 피규어 박물관도 개장했다. 머지않아 박물관 관장의 모습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도 여럿 있을 것 같다. 이상훈씨의 본업은 개그맨이지만 사실 지난 20여 년간 3억원어치 이상의 수많은 장난감들을 모아온 대(大)수집가이기도 하다. 쿠키뉴스가 키덜트 이상훈씨를 만나 수집의 시작부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장난감은 세대를 아우른다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을 너무나 좋아했다. 동네 친구들이 게임을 할 때에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수험생이 되면서 예기치 않은 이별을 하게 됐다. 어머니가 장난감을 처분하면서다. 예고 없이 닥친 장난감들과의 작별에 상실감과 공허함이 컸다. 이상훈씨는 “성인이 되고나서 그 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일부러 찾거나 하진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레고 커뮤니티를 알게 됐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레고를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본인이 운영하는 키덜트 유튜브 채널 ‘이상훈TV’를 통해서다. 43만명의 구독자는 그에게 소중한 장난감 친구나 다름없다. 나이는 초등학생부터 40대 성인까지 다양하다. 장난감은 세대를 아우른다. 해당 피규어가 나온 영화나 만화 이야기를 할 때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 거린다. 이상훈씨는 “피규어와 실제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어떤지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전문가들은 저 말고도 많다. 저는 이 캐릭터가 어느 영화나 만화에서 어떤 장면으로 등장했는지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하는 스토리텔링 자체를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리셀도 하나의 경제·문화현상

추억의 가치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최근 리셀 문화에 대해서는 다소 거부감이 있다. 최근 몇 년간 고가의 한정판 피규어를 중심으로 재테크 열풍이 일면서다. 발매 시점을 놓치면 거래 플랫폼을 통해 웃돈을 얹어 구매하는 수밖에 없다. 제품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만큼 발매 수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인기 제품의 경우 가격이 크게 뛴다. 일부 수집가는 구매 목적이 이 차익을 얻는 데에 있다. 순수 수집가 입장에서는 구매도 어려워지고 시장가격이 왜곡되는 만큼 이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

다만 리셀도 하나의 경제·문화현상인 만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상훈씨는 “신발도 매장에 간다고 해서 언제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됐다. 웃돈을 주거나 오픈런을 해야만 살 수 있다. 피규어도 마찬가지다. 재판매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분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또한 시장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경제·문화현상인 만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 과거 일부 레고나 핫토이 제품의 경우 사놓으면 무조건 오른다는 공식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장에서 거래되는 미개봉품 가격이 일반 판매가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훈TV 캡쳐

후니버셜 스튜디오, 세대 간 소통의 장이 됐으면

유튜브 화면 속에서만 존재했던 그가 이제 화면 밖으로 나온다. 장난감 박물관 ‘후니버설 스튜디오’를 오픈하면서다. 이상훈씨는 “두리랜드를 운영 중인 임채무 선생님께서 어느 날 옆에 남는 공간이 있는데 이를 활용해 피규어 박물관을 내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연락을 주셨다. 기존 스튜디오가 협소했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장난감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스튜디오에는 성인 위주의 고가 작품만 전시되어 있다. 유튜브 구독자의 대다수가 3040 남성이었던 만큼 스튜디오 방문객 또한 이들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가오픈을 해보니 예상외로 부모님과 함께 방문한 초등학생들이 많았다. 이상훈씨는 “아이들을 위한 포켓몬스터나 신비아파트 등 콘텐츠를 위탁 전시 방식으로 확보할 생각이다. 이외에도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놀 수 있는 블록박스나 장난감 등도 차차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상훈씨는 “개그콘서트로 데뷔 후 저를 좋아해준 아이들 덕분에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 감사함으로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도 조회 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부모님들이 맘 놓고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자 했다”며 “후니버셜 스튜디오도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이상 이곳에서 유튜브 콘텐츠 촬영을 하거나 방문객 응대 등을 할 예정이다. 키덜트분들은 물론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방문해 다 같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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