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과 매매값의 차이가 크지 않아 전세사기 사고로 이어지는 ‘깡통전세’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구축 아파트와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확인 가능한 수도권 아파트 337만684가구 중 전셋값이 매매가의 80%를 초과하는 아파트는 3.7%(12만6278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입주 21~30년 아파트가 7만5203가구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11~20년 이하 3만4428가구 △6~10년 이하 9663가구 순으로 높았다. 반면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입주 5년 이하 신축 아파트는 1091가구에 불과했다.
연식이 오래된 단지일수록 전세가율 80%를 초과한 아파트 비중이 높았지만 30년 초과 아파트는 구축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가율 80% 초과한 가구가 5893가구 뿐이었다. 이는 30년 초과 아파트에 매매가와 전세가 가격 차이가 큰 재건축 단지가 상당수 포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세 조사된 30년 초과 아파트 총 59만8007가구 가운데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아파트 20만145가구 전세가율이 모두 80%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투명한 거래시장을 만들기 위해 전월세신고의 조속한 정착이 요구된다”며 “요즘처럼 거래가 극히 드문 시장에서는 실거래가 만으로는 정확한 전세가율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시장가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축 빌라의 깡통전세 현상도 눈에 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와 올해 지어진 서울 신축 빌라의 상반기 전세 거래 3858건을 조사한 결과 전세가율이 90%를 웃돈 경우가 전체의 21.1%인 815건에 달했는데 전셋값이 매매값보다 높거나 같은 역전세 현상은 전체의 15.4%인 593건으로 파악됐다.
신축 빌라는 상대적으로 거래수가 적고 시세가 명확하지 않아 HUG에서 전세보증서를 발급할 때 공시가 150% 이내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빌라가 공시가 150%를 적용할 경우 전셋값이 매매값을 역전하게 된다. 올해 기준 전국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 현실화율(71.5%)에 공시가 150%를 적용하면 107.25%가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시가 150%도 문제지만 전셋값이 매매값을 웃도는 기이한 현상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법을 따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