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기식 허위광고 느는데… 구경하는 정부

반려동물 건기식 허위광고 느는데… 구경하는 정부

기사승인 2022-09-07 17:29:25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픽사베이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관련 과대·허위 광고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검증 기준도, 담당 부처도 없어 제대로된 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최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제, 치료제, 가전 등 제품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눈, 관절, 면역, 장 활성화 등 사람이 먹는 영양제와 유사한 품목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제품 ‘허위·과장 광고’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 수의사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마치 사람이 먹는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이 아닌데도, 특정 질환에 대해 ‘치료’ 혹은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과 같다. 

이와 관련해 조영광 수의미래연구소(이하 수미연) 대표는 7일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국민들의 권익을 침해하며 시장을 교란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증 기관이 없다보니 제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반 없는데 ‘황반 기능 개선’…착용만 해도 슬개골 치료되는 보조기까지

일부 업체가 자사 강아지 안구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는 글에서 강아지에는 없는 황반을 예시로 제품 기능을 설명했다.   홈페이지 캡처

수미연에 따르면 허위광고가 가장 많은 제품 목록은 ‘안구’ 관련 영양제다. 백내장, 녹내장을 예방한다던지, 강아지에는 없는 ‘황반’ 기능을 개선해 안구를 건강하게 한다는 내용 등을 홈페이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제품 전문업체 M사의 경우 제품 상세 설명에는 강아지의 안구에는 ‘황반’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사람의 안구 해부 구조 그림을 첨부해, 루테인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유사하게 안구의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을 주고 있다.

B사 역시 루테인 섭취 시 ‘황반색소밀도’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연구결과와 함께 강아지에게도 눈의 피로를 개선,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을 광고했다. 또한 P사는 자사 영양제를 복용하면 ‘각종 염증질환을 예방한다’, ‘백내장까지 눈건강 호전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슬개골 탈구를 치료해준다는 보조기도 있다. K사의 강아지슬개골보호대는 단자를 통해 하루 20분 착용시키면 강아지 몸 안에서 치료물질인 산화질소를 촉진, 다리에 영양을 공급하고 염증 해소, 다리 근육 강화로 슬개골을 치료한다고 설명돼 있다. 보조기는 슬개골 탈구 진행을 늦추고 회복을 돕는 동물용 재활 의료기기다. 

또한 유명 제약사와 협력해 영양제를 만들었던 H사 제품 중에는 고양이 ‘추나쿠션’을 판매, 해당 쿠션을 쓰면 추나요법을 받은 것처럼 반려동물 척추관절 질환을 예방하고 체형교정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조 대표는 “슬개골 탈구 경우는 진행을 늦춰주는 것과 치료해주는 것의 경계로 이해될 수 있는 모호한 광고성 문구들이 소비자(국민,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건강기능식품 뿐 아니라 의료보조기기의 효능 또한 검증 및 인증하는 기관이 없고 절차도 부재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수의사에게 금전적 보상을 통한 대가성 코멘트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의사가 업체와 거래를 통해 50% 효과가 있다고 코멘트를 한다면, 업체에서 이를 이용해 100%까지 효과가 있다고 과대 광고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의사가 연구 및 개발 단계부터 참가해 완성품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업체에서 완성시켜놓은 제품에 금전적 보상을 받고 코멘트만 얹는 것은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또한 2010년 이후로는 수의과도 안과, 치과, 정형외과 등 세부전공으로 나누는데, 전공 경력과 상관없이 건강 제품에 코멘트를 하는 경우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의약품이 아니면 ‘사료’로 분류…반려동물 관련 세부 정책 미비

현재 동물용의약품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동물의 경우 의약품·의약외품·건강기능식품·건강보조식품과 같은 구분이 없어 동물용의약품이 아니라면 사료관리법에 의해 ‘사료’로 분류된다.

그에 따르면 여기서 말하는 사료란 농장동물(소, 돼지, 닭)들을 위한 사료에 가깝다. 즉,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 건강보조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조 대표는 “해당 업무를 소관할 수 있는 정부부처가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는 ‘반려동물 의료 및 건강’과 관련된 업무를 (가축)방역정책국의 방역정책과와 구제역방역과 등에서 담당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국 단위의 정부부처가 없는 상황”이라며 “보건복지부가 향후 보건식품부로 전환된다면 부처 아래 ‘동물청’을 둬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덧붙여 그는 소비자들에게 반려동물 건기식을 선택한다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먼저 상태를 확인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것은 건강이 온전하지 않을 때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즉, 정말 건강한 상태라면 그냥 밥(사료)만 잘 먹어도 되지 않겠는가”라며 “‘반려동물에게 좋겠지?’라는 동물을 위하는 마음에 앞서서, 정말 본인의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건강기능식품이 무엇인지 혈액 검사 등의 과학적인 방법으로 확인한 후 수의사에게 추천 받으시길 권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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