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상 받고 사과나무 심고… 하회마을 추억 간직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일상 받고 사과나무 심고… 하회마을 추억 간직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기사승인 2022-09-09 10:30:07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로 서거했다. 1999년 방한 당시 안동 하회마을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관람한 뒤 공연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여왕.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한국과도 연이 있다. 여왕은 1999년 4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73세 생일상을 받는 등 한국 전통 문화를 즐겼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999년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김대중 당시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3박 4일간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1883년 두 나라가 수교한 이래 영국 국가원수로서는 첫 방한이었기 때문에 한영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73세 생일이었던 4월 21일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그는 담연재에서 안동소주 명인인 조옥화(2020년 별세) 여사가 마련한 성대한 생일상을 대접받고 축배를 드는 등 한국의 전통 환대를 경험했다. 생일상에는 과일, 국수, 편육, 찜, 탕 등 47가지 전통 궁중음식이 차려졌고, 특히 생일상의 백미로 나뭇가지에 각종 꽃과 열매를 장식한 높이 60㎝의 떡꽃 화분이 올랐다.
방한 당시 봉정사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여왕.   연합뉴스

여왕은 또 봉정사 방문, 하회별신굿탈놀이 관람, 고추장과 김치 담그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풍산 류씨 문중의 고택 충효당을 방문했을 때는 여왕이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등 한국의 예법을 존중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왕은 이밖에도 서울 인사동 거리를 방문하고 이화여대를 찾는 등 한국 국민들을 직접 만나는 일정을 가지기도 했다. 

여왕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마련한 국빈만찬 답사에서 “오늘 보는 한국은 제가 왕위에 오른 1952년 당시 영국민이 알고 있던 한국과 많이 다르다”며 한국 국민들이 산산조각이 난 나라를 다시 세우고 세계 주요 산업국가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고 언급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해 마련한 한국 전통 생일상.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여왕은 십수 년이 지난 뒤에도 한국 측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방한 당시 환대를 기억한다며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신임장을 제정하기 위해 버킹엄궁에 온 신임 주영 한국대사들에게 하회마을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등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생일상이 인연이 되어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지난 2019년 하회마을을 찾기도 했다.

여왕은 1952년 2월 6일, 25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이후 70년 4개월을 집권하면서 영국 역사상 가장 긴 재위 기간을 누렸다. 여왕은 국가에 헌신하고 개인적 감정은 뒤로하는 모습으로 영국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 잡고 대영제국 해체 이후 영연방을 묶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나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서 특히 나라가 어려울 때 국민의 단결을 끌어내는 데 기여하며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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