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언니, 시급 얼마야” 실명 명찰 필요한가요 [쿠키청년기자단]

“00언니, 시급 얼마야” 실명 명찰 필요한가요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2-09-12 06:01:01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근무했던 B씨가 실명이 적힌 명찰을 달고 근무한 모습. 
“저희도 실명 이름표 말고 다른 걸로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가명이라도 좋으니. 왜 아르바이트하다 살해 협박까지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고요…”

‘알바 이름표에 본명을 쓰면 생기는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한 커뮤니티에 지난해 9월 올라온 글이다. 많은 아르바이트생이 본명이 적힌 명찰을 착용하고 있다. 유니폼 위에 다는 명찰은 동료는 물론 마주치는 모든 고객에 노출된다. 서비스의 일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의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발생하고 있다.

실명 명찰과 관련해 지난해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캡처.
이름도 개인정보다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A씨(23). 별생각 없이 착용한 실명 명찰로 최근 불쾌한 일을 겪었다. 이름을 외워 말을 거는 손님이 생긴 것이다. A씨는 “어떤 손님이 일하는 시간에 맞춰 편의점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며 “전화를 받으면 ‘누구누구 맞지?’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린 여성이다 보니 만만하게 생각한 것 같다”면서 “손님이 칭찬한 아르바이트생이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달기 시작한 명찰 때문에 이렇게까지 불편을 느낄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근무했던 B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B씨(24)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온 중년 남성들이 이름을 확인한 후 이름 뒤에 언니를 붙여 부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누구누구 언니, 시급이 얼마야’라는 소리를 들으면 그날은 종일 불쾌하다”고 말했다.

다른 매장에서 일하는 C씨(23)는 “어떤 남성 손님이 제 이름과 자기 어머니의 이름이 같다면서 아이스트림을 담는 내내 이름은 실명인지, 한자는 무엇을 쓰는지 물었다. 왜 처음 보는 사람과 개인정보 중 하나인 이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부정 피드백에만 쓰이는 실명 명찰…“꼭 필요한가”

실명 명찰이 이들에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호칭이나 칭찬의 용도로만 쓰이지 않는다는 것에도 있다.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하는 이강씨(21)는 “직원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위해 실명 명찰을 착용한다고는 하지만, 주로 불만 사항이 접수될 때만 실명이 언급된다”고 했다. 그는 “컴플레인 외에는 실명 명찰의 쓰임새를 본 적이 없다”며 “명찰이 꼭 필요한가 싶다”고 덧붙였다.

실명이 적힌 명찰을 착용하고 일한 적이 있다는 D씨(24)는 “겨울이라 카디건 유니폼을 입고 있어 명찰이 안보였는데 이름을 알려달라고 요구받은 적이 있다. 당시 상황과 목소리로 봐서는 컴플레인을 걸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불편했고 갑질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박주영씨(22) 또한 명찰을 사용하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했다. 그는 “손님이 문을 열다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려서 서비스 차원에서 다시 퍼줬다. 그랬더니 크기가 아까보다 작다며 화를 냈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 과정에서 명찰과 얼굴을 번갈아 보며 ‘본사에 박주영이라는 이름으로 클레임하면 되느냐’고 윽박질렀다. 이후에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손님을 보면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박씨 등이 일하는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실명 명찰 착용 이유에 대해 “개인정보를 유출한다는 접근은 아니고 근무자 식별을 위한 것”이라며 “친절함을 베푸는 데에 책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함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찰을 착용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민원을 많이 넣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실명 명찰 사용이 의무는 아니다. 가맹점주의 재량이다. 별명이나 직책 사용을 하도록 본사 차원에서 권장하고 있다”면서도 “덩치 큰 남자 직원인데 ‘귀여움’이라는 별명을 쓰면 보는 사람이 좀 민망하다. 별명이 잘 안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황혜영 쿠키청년기자 hyeng925@gmail.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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