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역 낙뢰 위험 무방비...신기술 개발했지만 당국 외면

KTX역 낙뢰 위험 무방비...신기술 개발했지만 당국 외면

전국 60여개 역사 낙뢰 사고 위험 노출
가공지선 설치 등 임시처방에 급급
쌍극자피뢰침 등 낙뢰회피 설치해야

기사승인 2022-09-20 11:29:36

전국 KTX역 및 고속철로가 낙뢰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구온난화로 낙뢰 사고가 늘어나고 있어 임시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역사에 낙뢰가 떨어질 경우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열차운행 정지에 따른 물류운송 차질과 같은 사회적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KTX역 67곳 중 쌍극자피뢰침과 같은 낙뢰회피 장비를 갖춘 곳은 경부선 신경주역 1곳뿐이다. 신경주역은 지난 2017년 인근 지역에 설치된 전력공급장치에 낙뢰가 떨어져 열차 운행이 지연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고속철도 낙뢰피해 방지를 위한 TF를 꾸려 전문가 합동 기술·설계 자문회의, 보고회, 현장답사 등을 거쳐서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관련 TF예산도 1억원 이상 들었다. 논의된 내용은 가공지선(낙뢰 보호전선)과 피뢰 및 접지보강 설비 설치, 급전선 현수애자 절연등급 향상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토부는 지난 2018년 신경주역과 주변에 급전선 현수애자의 재질을 당초 유리에서 전연등급이 높고 파손우려가 적은 ‘폴리머 합성고무실리콘’으로 교체하는 등 안전대책을 적용했다. 특히 선로지형 등을 고려할 때 전차선로 설비 등이 밀집된 구간에 직격뢰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 낙뢰를 회피할 수 있는 쌍극자피뢰침을 설치했다. 고속철도의 공공성과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직격뢰 사고 확률을 낮춰 장애 요일을 감수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TF설계자문회의가 판단해서다.

뿐만 아니라 TF는 쌍극자피뢰침이 다소 고가(일반 피뢰침의 약 8배)임에도 한국신기술(NT) 인증, UL(미국안전규격) 인증 등을 획득한 점을 고려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한 지원 차원에서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약 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신경주역 주변에 쌍극자 피뢰침 5개 정도 설치한 바 있다.

하지만 경주역 사고 이후 추진된 고속철도 전차선로 낙뢰 안전대책 설비 개량 사업에는 쌍극자 피뢰침을 제외한 가공지선 설치와 현수애자 폴리머 교체만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쌍극자 피뢰침이 다소 고가이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TF설계자문회의 대책과 상반된 판단에서다. 

고속철도를 관리하는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쌍극자 피뢰침은) 아시다시피 고가다. 50미터 간격으로 있는 철주 위에 설치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드는 설비가 돼 버려 할 수가 없다. 국가적인 예산 낭비다. 또 회피된 낙뢰가 다른 (신호)설비에 떨어지면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효율성 측면에서 떨어진다. 그래서 건물에는 쌍극자피뢰침을, 선로에는 가공지선 설치와 애자교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설명과 달리 쌍극자 피뢰침은 일반 피뢰침보다 7배 비싸지만 관리 측면에서는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공선로 설치와 폴리머 애자교체보다 효율성이 높다. 직격뢰를 방지해 낙뢰 사고로 인한 교체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성 측면에서도 기존 피로침보다 우수하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남대문, 청와대, 롯데타워, 국군 산악 레이더 등 전국 주요 사이트에 약 20만개가 설치됐다. 특히 수도권 전철 지상구간에 설치돼 낙뢰로 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자문회의에 관여했던 한 전문가는 “가공지선 설치와 애자 교체는 낙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면서 “교체비용과 관리비용을 포함하면 쌍극자피뢰침 등 낙뢰를 회피할 수 있는 신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쌍극자피뢰침을 제외한 가공선로와 폴리머 애자가 설치됐던 KTX강릉선에서 올해 7월 낙뢰로 인한 급장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이틀 연속 열차 운행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또 기기 변경 비용은 추가 발생할 전망이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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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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