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선진국 비하면 많이 뒤쳐졌다

비대면진료, 선진국 비하면 많이 뒤쳐졌다

상시화는 시류…정부·의료계·산업계 “면밀한 정책 마련이 성패”

기사승인 2022-09-27 14:10:41
27일 서울 충무로 중앙우체국 스카이홀에서 개최된 ‘규제자유특구 실증을통해 보는 비대면 진료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오른쪽 끝)의 발표를 듣고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비대면진료를 상시화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정부·의료계·산업계 전문가들은 “면밀한 정책 마련이 성패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27일 서울 충무로 중앙우체국 스카이홀에서 ‘규제자유특구 실증을통해 보는 비대면 진료의 미래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는 앞서 2019년부터 규제자유특구에서 진행한 비대면진료 실증사업의 결과를 살펴보고, 향후 비대면진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토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비대면진료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보건복지부를 비롯, 산업계·의료계·법조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의견을 공유했다.

비대면진료는 이미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행 의료법은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건복지부의 고시에 따라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가 허용된 것이 비대면진료 일상화의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정부는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특구와 대구 스마트웰니스 특구 등 2개 지역에서 실험적으로 실증특례 사업을 실시해 비대면진료를 도입했다. 

비대면진료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것이 산업계의 분석이다.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특구에서 사업에 참여한 특구기업 휴레이포지티브는 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환자-1차의료기관-검진기관 또는 3차의료기관을 연계하는 진단·치료·건강관리·환자교육 시스템을 운영했다. 실증규모는 혈압의 경우 총 691명(실험군 488명, 대조군 203명), 당뇨의 경우 총 524명(실험군 287명, 대조군 237명) 등이었다.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는 “의료인 측정 대비 환자 자가 측정 신체 정보의 동등성, 대면진료 대비 신체 검진 결과의 동등한 안전성을 확인했다”며 “대면진료와 비교해 환자의 건강이 악화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비대면진료 상시화에 대한 의사·약사 직능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한약사회는 의약품의 비대면 조제·배달 등은 의료비 상승과 의원-약국 전달체계 붕괴를 초래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밝히기 어렵게 한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비대면진료 상시화는 의료전달체계를 해칠뿐 아니라 정보보호와 환자안전이라는 가치를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접근성이 높아, 비대면진료를 도입해야 할 당위성이 없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다만 병원의 입장은 다르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영국에 자동차가 처음 도입될 때 마부들이 격렬히 반대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미 원격진료를 원활히 실시 중인 해외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국내의 현황은 상당히 뒤쳐졌다는 진단이다. 미국의사협회의 지난해 원격의료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의사 10명 중 6명이 원격의료로 더욱 양질의 케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5%가 원격의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응답도 44%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는 비대면진료 관련 민간 서비스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관련 법안들은 국회 계류 중으로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백 원장은 “서비스의 가이드라인, 의무사항 등 기업이 준수해야 할 규칙을 만들고, 법과 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며 “산업적인 접근이 아니라, 환자의 편의성과 미래의학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격차, 의료 서비스 질 저하 등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네가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해 도입이 비교적 쉬운 재난상황, 만성질환·단순재처방 등의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산업계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수익 창출만을 목적으로 의료서비스를 다루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포스코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는 “산업계는 대면진료를 대체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며, 오히려 대면진료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1차 의료기관, 경증환자 중심으로 비대면진료를 도입해 동네 의원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대면 진료의 보완제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체적인 정책설계가 절실한데, 실제 환자들의 수요를 보면 초진에서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고 재진에는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초진대면 원칙과 실제 환자들의 수요에 간극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비대면진료 상시화가 국민 건강 증진과 직결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권혜린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기획단장은 “규제특구 실증사업이 실시된 강원도 내 거주하는 도민들의 평균 수명은 서울보다 2년이 짧은데, 낮은 의료 접근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권 단장은 “강원도민의 의료기관 도달 거리와 소요시간은 평균 38km·37분인데, 서울시민은 평균 2.8km·3분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국민 의료서비스 증진을 최우선 목표로 상정하고, 가능한 분야부터 한발씩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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