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콜 수요 높아졌지만…식당 판매 아직 멀었다

무알콜 수요 높아졌지만…식당 판매 아직 멀었다

기사승인 2022-09-28 06:10:05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안세진 기자

“식당에는 취하려고 오니까요” 27일 마포구 일대 대부분의 식당·유흥가에서는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무알콜 맥주가 유행인데 판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코로나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무알콜 맥주에 대한 수요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다만 가게 점주들은 여전히 가게에서는 알콜 수요가 높다며 무알콜 판매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주류업계에서는 해외 사례를 들며 국내식당에서도 머지않은 시일 내에 무알콜 맥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알콜맥주 시장, MZ 중심으로 성장세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콜맥주 시장 규모는 2012년 13억원에서 2014년 81억원으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2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통상 무알콜맥주는 알콜이 전혀 없는 무알콜과 도수 1% 미만인 논알콜 제품을 통칭하고 있다. 국내 주세법에서는 알콜 함량이 1% 미만인 경우 주류가 아닌 음료로 구분한다. 또한 1% 미만 맥주를 논알콜로 정의한다. 무알콜 맥주는 일반 맥주와 같이 원료·발효·숙성 과정을 거치지만,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콜 추출 과정을 거친다.

무알콜 맥주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맥주 맛을 즐기고 분위기에도 어울리고 싶지만, 취하고는 싶지 않은 젊은 세대의 음주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대적으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홈술 트렌드가 퍼진 것도 주효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0년 주류 소비·섭취 실태조사’에서는 홈술 응답 비율이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크게 증가했다. 

직장인 A씨(31)는 “확실히 코로나 시국에 방에서 무알콜 맥주를 많이 마셨던 것 같다. 무엇보다 매일 집에서 마시기에 부담이 없었다”며 “게다가 맛이 일반 맥주와 다르지 않고 기분은 오히려 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알콜 맥주를 안마시다보니까 피부나 건강도 좋아진 것 같다. 지금은 거리두기가 해제됐어도 알콜 맥주를 잘 안마신다”며 “다만 아직 식당에서는 무알콜 맥주를 볼 수 없어서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식당에는 취하려고 오니까요”

하지만 이같은 성장세와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직 유흥가나 일반 식당가에서는 무알콜맥주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무알콜맥주는 결국 식당 점주들이 매입해야 판매가 가능한 구조인데, 이들 입장에서 가격적으로나 수요로 따졌을 때 큰 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마포구의 한 일반 식당 점주는 “안그래도 요새 젊은 분들을 중심으로 무알콜 술들이 유행한다는 소식은 듣고 있다. 실제 간혹 무알콜 제품을 찾는 손님분들도 있어서 들여야 하나 고민을 해보긴 했다”면서도 “다만 아직 수요가 그만큼 못 미친다는 판단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굳이 들이지 않아도 일반 주류 제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서 큰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고깃집을 운영한다는 또다른 점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당에서는 취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알콜 소비층이 아직은 극소수라 당분간은 들이지 않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주류업계 측에서도 무알콜 맥주 생산을 예전보다 늘리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식당가나 유흥가를 중심으로 한 유통에 힘을 쏟지 않는 모양새다. 우선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가정 채널을 중심으로 시장을 키워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입점 시키기 위해선 점주분들이 도매상에게 무알콜맥주를 달라고 연락하거나 영업사원들이 점주들에게 무알콜맥주 입점을 권유하는 방법이 있다”며 “제조업체 입장에서 입점이 된다면 좋겠지만 최종 결정은 결국 점주들이 한다. 유통을 하는 데에 최소한의 조건은 없지만 수요가 있어야 유통이 가능해지는 만큼 아직까지는 무알콜맥주 시장 분위기가 가게로까지 확대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머지않은 시일 내에 식당에서도 무알콜 맥주가 판매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무알콜맥주를 도입해봤는데 해당 상권이 잘되거나 하는 등의 시그널이 있다면 확대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음료 메뉴 카테고리에 논알콜 항목이 들어가 있다. 소비 흐름은 결국 돌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국내에서도 식당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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