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데 환경보호까지”…식품업계, MZ세대 채식은 가치소비

“건강한데 환경보호까지”…식품업계, MZ세대 채식은 가치소비

기사승인 2022-09-30 06:10:01
사진=픽사베이

매년 10월 1일은 생명 존중과 환경 보호 등의 목적으로 국제 채식 연맹에서 정한 세계 채식인의 날이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건 문화가 크게 늘면서 관련 레스토랑이나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업계는 “단순히 육식에 대한 거부”라기 보다 “건강한 삶과 환경적인 고민에 따른 가치소비”라고 평가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3년간 오프라인 비건 전문 음식점의 신용·체크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국내 비건 전문 음식점 가맹점 수는 지난 2019년 8월말 대비 3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72% 늘었다.

특히 비건 전문 음식점 중 베이커리 가맹점 수가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수는 439%, 매출액은 376% 늘었다. 레스토랑 가맹점 수는 2020년 50%, 2021년 119%, 2022년 338%로 매년 증가했다. 매출액 역시 각각 27%, 55%, 206%로 크게 늘었다.

비건 생활 중인 프리랜서 A씨(30)는 “주변에 비건 생활 중인 친구들을 보면 무작정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기보다 가치소비 차원에서 비건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고기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나아가 이 선택이 환경이나 동물복지에 미약하게나마 힘이 된다면 충분히 좋은 소비라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KB국민카드

식품업계도 비건 시장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일찍이 진출한 상황이다. 업체들은 외식사업부터 가정간편식(HMR), 레스토랑 간편식(RMR) 등 다양한 방향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오뚜기는 채식 레스토랑 ‘두수고방’과 협업해 한국형 채식 스타일의 두수고방 컵밥·죽 8종을 출시했다. 두수고방은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 스님의 제자인 오경순 셰프가 운영하는 채식 레스토랑이다.

농심과 풀무원은 올해 차례로 비건 레스토랑을 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풀무원은 지난 5월 식품 기업 중 최초로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를 론칭했다. 같은달 농심은 파인 다이닝 콘셉트를 적용한 '포리스트 키친'을 열었다. 같은 비건 레스토랑이지만 풀무원은 비건의 대중화를, 농심은 고급화 전략을 앞세웠다. 농심과 풀무원은 각각 지난해 1월, 지난 5월 비건 식품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사진=오뚜기,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의 첫 제품인 대체육 슬라이스 햄 출시를 시작으로 지난 7월 미국에 600만달러의 자본금을 출자한 자회사 ‘베러푸즈’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지난해 말 식물성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선보이고 비건 만두 등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5년까지 식물성 식품 사업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친환경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업체도 있다. 샘표는 못난이 농산물 구독 플랫폼 ‘예스어스’와 제휴해 ‘연두X예스어스 채소습관’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한다. 샘표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으나 크기나 외관상의 이유로 버려질 위기에 처한 친환경 채소를 쉽고 맛있게 요리하는 솔루션을 제안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건 식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국내 채식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육식이 싫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가치소비를 중시하게 되면서 보다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