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사법리스크’에 집중된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민주당이 거대 야당으로서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일을 진행했다고 분석했다.
30일 국민의힘은 전날 민주당이 단독 통과시킨 박진 장관 해임결의안에 대해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으로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외교참사’라고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니 민주당의 억지 자해 참사”라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어제는 민주당의 169석 다수의 갑질 횡포와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립성 상실로 박진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다”며 야당을 저격했다.
앞서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으로 진행된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 투표는 재석 170명에 찬성 168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민주당 의원 163명, 민주당에서 탈당한 김홍걸·민형배·양정숙 무소속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참여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건의안에 반대하며 단체 퇴장했다. 정의당도 해임 건이 과한 정쟁의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오전 출근길 문답에서 “박진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갖춘 분”이라며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사법리스크’를 외면하고 있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을 두고 “범죄 의혹이 매일 드러나는 대도(大盜·큰 도둑)를 당내에 버젓이 놔두고 뜬금없다”며 “이런 억지춘향식 해임 건의를 제출하는 걸 보니 민주당도 밑천이 다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대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혹 사건은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10여건”이라며 “이재명 대표 한 사람 살리려다 민주당도 함께 몰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민주당이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에 주력하는 의도를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챙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낸) 의도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면서 “프레임 전환용일 수도 있고 또 하나는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국 주도권은 야당에 넘어갔다”며 “이 상태에서는 더 세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민주당이 모르고 (건의안을) 내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6명 정도가 해임건의안 통과가 됐고 그 중 5명은 스스로 그만뒀다. 그런 부담감을 (박 장관에게) 지워줄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경제 쓰나미가 전 세계적으로 몰아치고 있는데 싸우고 있으니 칭찬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해도 민주당으로 지지가 옮겨가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