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쓰면 돼”…계속되는 쌀값 폭락, 분질미 해법될까

“갈아 쓰면 돼”…계속되는 쌀값 폭락, 분질미 해법될까

쌀 소비 촉진 위해 분질미 가공 비용, 정부 차원 지원 필요

기사승인 2022-10-05 06:00:26
사진=연합뉴스

고물가 흐름이 계속되고 있지만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서구식 식습관, 육류소비의 증가, 가구 구성원 변화 등으로 생산량에 비해 줄어드는 쌀 소비량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분질미’(가루쌀)를 대안으로 내놨다. 밀가루 대용으로도 활용 가능한 분질미를 통해 공급과잉인 쌀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업계는 분질미 재배 및 가공 과정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쌀값 폭락 이유는?

산지 쌀값이 급락하면서 전국 쌀 평균 도매가격도 폭락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4일 기준 쌀 20㎏의 도매가격은 4만3800원으로 1년 전(5만6380원)보다 22%가량 하락했다. 쌀 가격이 추락하는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곡생산량(백미·92.9%)은 388만1601t으로 전년보다 10.7%(37만5022t) 증가하며 2015년 이후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서구식 식습관과 육류 소비 증가, 가구 구성원 변화 등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으로 나타났다. 2000년 93.9㎏과 비교하면 21년 만에 37㎏(39.4%)이나 줄어든 셈이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2만7158㏊로 전년(73만2477㏊)보다 0.7%(5319㏊) 줄어들었지만, 이마저도 쌀 소비량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쌀 매입보다 ‘분질미’ 활용해야”

정부와 관련 업계에서는 쌀 가공식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쌀 수요량 대비 식품가공용 쌀 수요는 최근 7.7%에서 12.4%로 늘었다. 이 점을 활용해 국산 쌀을 사들여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쌀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에 ‘분질미’를 사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분질미는 가루로 가공하기 쉬운 쌀의 종류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수원542’, ‘바로미2’ 등의 품종이 있다. 일반 쌀은 전분 구조가 밀착돼 있고 단단하기 때문에 가루로 만들려면 물에 불린 후 건조·제분하는 ‘습식제분’을 해야 한다. 반면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어 건식 제분이 가능하다. 습식제분보다 비용이 낮고 전분 손상도 적어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유리하고 대량생산에 적합하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밥으로 이뤄지던 쌀 소비가 이제는 다양한 쌀 가공품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맞게 쌀 가공제품도 변화해가야 한다”며 “쌀 가공식품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 ‘분질미’다. 쌀가루를 만드는 데에 있어 일반 쌀은 제분 비용이 100이 든다고 했을 때 분질미는 절반인 50 수준밖에 안된다. 비용 절감도 될뿐더러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분질 쌀 품종을 이용해 2027년까지 국내 밀가루 수요 10%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분질미는 밀과 이모작이 가능한데 농민들의 생산 유인을 위해 내년에는 밀과 분질미, 콩 등에 대한 ‘전략작물직불제’도 도입된다. 이를 통해 일반 쌀 대신 분질미를 심어 쌀 과잉 생산 해소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이고, 연간 220만t씩 수입되는 수입밀 일부를 대체, 식량자급률을 50% 위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쌀보다 분질미를 활용할 경우 가공비용은 낮춰졌지만 밀가루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는 비용보다는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질미를 만드는 데에는 일반 밀가루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정부가 현재 밀의 일부를 가공전용 쌀인 분질미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고 추진 중에 있다. 정부의 지원 하에 분질미 사용 촉진이 이뤄진다면 쌀값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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