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오는 11월부터 원유 생산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5일(현지시각) 로이터·AP·CNN·CNBC 등에 따르면 OPEC+는 월례 장관급 회의 이후 낸 성명에서 내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OPEC+은 이번 결정에 대해 “글로벌 경제와 석유 시장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OPEC+를 상대로 대규모 원유 감산을 강행하지 않도록 압박해온 미국 정부는 즉각 실망을 표했다. 유가 상승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인 민주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 경제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어진 부정적 영향에 대처하고 있는 가운데 OPEC+가 생산 할당량을 줄이기로 한 근시안적인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1월에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백악관은 “오늘의 조치에 비춰 바이든 정부는 에너지 가격에 대한 OPEC의 통제를 줄이기 위한 추가 조치·권한을 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결정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OPEC+의 배럴 감산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1.8% 상승한 배럴당 93.46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도 1.6% 상승한 배럴당 87.92달러에 거래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