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지만 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PPS는 ‘선불폰’ OME는 ‘자급제폰’을 의미한다. ICT(정보통신기술) 변화속도에 맞춰 통신 용어가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엔 신조어도 많은데 업종 종사자가 아닌 이상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하다. 더욱이 정보취약 계층에겐 생소한 외국어와도 같다.
이동통신사들이 통신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SKT와 LG유플러스가 한글날(9일)을 맞아 통신 용어를 우리말로 풀어쓴 책을 개정, 발간했다.
SKT는 6일 두 번째 소통 가이드북 ‘사람 잡는 글쓰기2’를 출간했다. 고객과 소통하는 용어를 알기 쉽게 바꾸는 범위를 늘렸고 달라진 사회 분위기와 고객 인식 변화에 맞지 않은 부적절한 단어 사용 사례와 대안을 새로 담았다.
이중 ‘사회가 원하는 공공 언어’는 한자어나 영어·외래어·전문 용어 대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내용으로 2019년 1권 출간부터 실천 중인 용어 개선 프로젝트다.
예를 들면 △‘IMEI’ 대신 ‘휴대폰 식별 번호’ △‘mVolP’ 대신 ‘모바일 인터넷 전화’ △PUK 대신 ‘유심 잠금 해제 번호’ △‘음영지역’ 대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지역’ △‘종속 번호⋅종속 회선’ 대신 ‘연결 회선’ △‘웹투폰문자’ 대신 ‘웹(Web) 발신 문자' 등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SKT는 사전 조사로 추린 구성원 관심사를 제작 과정에 반영했다. 발간도 서두르지 않고 고객 반응을 먼저 살폈다. SKT에 따르면 1차 선호 조사에서 91%, 2차 조사에선 71%가 용어 개선에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SKT는 “통신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와 개선한 우리말 단어를 함께 보여주고 해당 단어에 대한 고객 선호도 조사 결과도 덧붙여 활용도와 신뢰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부록은 △고객 언어 △신조어 △체크리스트로 구성됐다. 고객 언어 섹션엔 ‘할인반환금’(개선전 ‘위약금’) 등 통신 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와 이를 개선한 우리말이 담겼다. 신조어 섹션은 ‘돈쭐내다’ 등 유통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의 사회적 감수성을 갖춘 최신 표현을 담았다.
‘체크리스트’에는 성차별 표현⋅장애인 차별 표현⋅비하 표현 등을 정리해 해당 용어를 사용하기 전 문제가 없을지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기관과 국회⋅언론요청이 쇄도할 만큼 반응은 뜨겁다. 1차 800부가 이틀 만에 소진됐고 현재 추가 제작 중이라는 후문이다.
LG유플러스 ‘진심체’ 담은 가이드북으로 ‘찐팬’ 확보
어려운 통신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가장 먼저 한 통신사는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2017년 이통사 최초로 관련 지침서인 ‘고객 언어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오늘(7일) 발간된 ‘고객 언어 가이드북 2.0’은 LG유플러스가 지난 5년간 노력한 산물이다. 전문 용어⋅한자식 어투나 외래어⋅공급자 관점 표현 등을 순화 대상으로 선별해 검수한 용어가 5000여 개에 이른다.
초본이 ‘고객 관점 언어’로 구성됐다면 발간 본은 LG유플러스만의 ‘진심이 돋보이는 언어’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찐팬’ 확보 전략 일환으로 고객에게 솔직하고 따뜻한 진심을 전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가령 “LG유플러스는 고객님께 더 좋은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를 “LG유플러스는 고객과 함께 일상의 즐거운 변화를 만들어갑니다”로 “고객님께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로 바꿨다.
LG유플러스는 자사 글쓰기 스타일을 ‘진심체’로 정의했다. △눈앞에 고객이 있다고 상상하고 글쓰기 △온기가 느껴지는 말투와 단어 선택하기 △차별 또는 소외가 없도록 살피기, △책임회피나 방어하지 않기, △구체적으로 말하기 등 진심체 글쓰기 원칙 10가지를 책에 담았다.
이외에 △친밀함·솔직함·따뜻함·세심함·공감 등 고객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속성 △진심체 글쓰기 가이드라인 △진심을 담은 단어 △바른 표기법 등으로 구성됐다.
발간본은 가독성·정확성·고객 중심 등 모든 항목에서 고른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문 통신 용어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으로부터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한다’ ‘고객을 배려하는 어투로 설명하고 있다’는 등의 호평을 이끌었다고 당사는 설명했다.
발간본으로 고객 만족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직원끼리는 전문 용어도 쓰고 고객 접점에 있는 부서는 습관이 돼 순화한 용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진심체 확산을 위해 직원교육과 홈페이지 개편, 임직원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