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에서 한국여성의전화, 한국YWCA연합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전국 195개 여성·시민·노동·사회단체 주최로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이날 참석자를 3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검은색 또는 보라색 옷을 맞춰 입은 모습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성평등민주주의 후퇴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웬 말이냐’, ‘우리가 막는다’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기가 막힌 우리들이 오늘 여기에 모였다. 여성폭력 피해자를 현장에서 직접 지원하는 활동가들도 많이 오셨다”며 “헤어지자고 했다고, 밥을 안 차려줬다고, 말대꾸했다고 여성들은 살해당하고 있다. 성평등 사회가 왜 필요한 것인지 고민은 더 깊어지고 행동하는 시민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폭력 피해 당사자가 여가부 존치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성폭력 피해자 장유정(가명)씨는 “조직 내 보직자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은 사실, 가해자마저도 소송에서 인정한 사실에 대해 대한항공은 항소했다. 제 사건은 여성단체의 지지와 전문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대한항공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며 “여가부의 재정과 기능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에게 정부 기구인 여가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세밀한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성폭력 피해 생존자도 “강간 피해자들에게 여가부 산하 상담소의 여성주의적 지원이 얼마나 절실한지 직접 지원받은 제가 말씀드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며 “여가부 산하 상담소는 피해자들이 느낄 수치심과 자살로 몰고 가는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관리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젠더폭력으로 죽어가는 피해자들을 살릴 방안을 세워온 여가부를 폐지시키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정부가 내놓은 여가부 폐지 대안도 질타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여가부 폐지 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존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의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기고, ‘여성노동’은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는 내용이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독립부처를 폐지하고 격하시켜 다른 부처 산하에 두는 것이 기능 강화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대한민국 여성은 여전히 취업차별, 승진차별, 유리천장, 경력단절, 독박육아, 성희롱, 성폭력, 스토킹, 성착취, 살해위협에 시달린다”며 “성별소득격차 31.5%로 OECD 평균(13.5%)의 2배를 넘는다. 매년 발표되는 유리천장지수에서 10년 연속 OECD 국가 꼴찌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집회가 끝난 후 오후 4시30분 서울 종로구 종각역을 출발해 세종대로 사거리와 광화문 앞, 안국동사거리를 거쳐 다시 종각역까지 2㎞ 구간을 행진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