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학대 시설, 보조금 1000억원 ‘꿀꺽’… 환수율 0.04%

장애인학대 시설, 보조금 1000억원 ‘꿀꺽’… 환수율 0.04%

기사승인 2022-10-17 09:44:46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효상 기자

학대가 발생한 장애인 시설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애인 학대로 행정처분 등을 받은 거주시설에 1000억원이 넘는 국가보조금이 지급됐지만 환수율은 0.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 8월 말까지 최근 5년간 전국 160개소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총 220건의 장애인 학대가 발생했다.

장애인 시설에서 학대가 발생할 경우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설립허가 취소, 시설폐쇄 등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학대 발생 시설 160개소 중 69개소는 시설장 교체 및 시설폐쇄 등의 행정처분조차 받지 않았다. 행정처분을 받은 곳 중에서도 개선명령 93곳, 시설장 교체 12곳, 시설폐쇄 12곳 등에 그쳤다.

게다가 학대가 발생한 시설에 대한 국고보조금 환수율 역시 저조했다. 학대 시설에 지급된 보조금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환수해야 한다.

학대 발생 시설 160개소에는 5년간 총 1002억3265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 중 6곳의 시설에서만 4367만원을 환수했다. 이는 전체 0.04%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들 시설 중 10곳은 재학대가 발생했음에도 보조금이 또 지급됐다. 

주무기관인 보건복지부는 심각한 학대가 발생해 ‘시설폐쇄’ 이상 처분을 받은 시설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12곳 중 1곳에서 1036만원을 환수받는데 그쳤다. 

최 의원은 국가기관이 최소한의 책임조차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애인 학대가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국가의 방조로 시설 거주 장애인들이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한 채 시설에만 혈세가 흘러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대 발생 시설 보조금 환수 세부기준 마련과 함께 적극적인 집행으로 학대범죄 근절에 대한 정부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환수된 금액은 장애인의 자립 지원에 쓰일 수 있도록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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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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