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지난 12일까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하락률은 각각 69.96%와 79.49%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월까지만 해도 5만원대였지만 지난 12일 1만7750원으로, 카카오페이는 17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추락했다.
18일 카카오뱅크는 전 거래일 보다 3.61% 오른 1만7200원에, 카카오페이는 전 거래일 보다 6.21% 오른 3만6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모두 5% 이상 넘게 빠지며 일제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카카오 금융은 출범 초기부터 테크핀의 성장과 플랫폼에 대한 기대로 경쟁사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았다.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는 금융회사가 아니라 IT 회사 정체성을 강조해 공모가를 산정했다. 기대를 반영한 주가는 한때 9만원을 돌파하며 당시 주가수익비율(PER)이 300배를 넘겼다. 300년을 벌어야 이 회사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뱅크의 PER은 38.14배다. 상장 이후 1년 동안 플랫폼으로서 ‘혁신’을 증명하지 못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 “카카오 금융이 출범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경쟁사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고 있는 이유는 성장과 플랫폼에 대한 기대였으나 이와 같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애초 시장에서 부여받은 고평가(밸류에이션 프리미엄)가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사들의 적극적인 변화 노력과 이에 미흡한 대응, 경기둔화 속에서 비용 관리에 대한 우려가 디레이팅 확대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시가총액 규모 역시 최저 수준이다. 18일 기준 카카오뱅크 시총은 8조1742억원이다. 지난해 8월 코스피 상장 이후 한때 시총 43조원까지 치솟아 코스피 시총 순위 8위까지 오르던 ‘금융 대장주’ 카카오뱅크는 시총 순위 42위까지 고꾸라졌다.
카카오뱅크는 KB금융지주(19조2999억원)와 신한금융지주(18조8760억원)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보다 시가총액이 더 적어졌다.
규제 강화 악재…“차별점 찾아야”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권의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이는 카카오뱅크에 악재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경기부양을 위한 대출 확대 정책보다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면서 “금융혁신이 인터넷 전문은행 성장에 기여했듯이 규제 강화는 당분간 인터넷 전문은행 성장의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기대한 수준보다 비교적 부진한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면서 “주택담보대출, 자영업자대출 등 신규 상품 출시에도 예상과 달리 기대 이하의 대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비이자 부문 실적 역시 기대 이하 실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내렸다. 삼성증권은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기존 3만7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카카오페이 목표주가를 5만6000원에서 3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4만9000원에서 2만원으로 낮췄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 “카카오뱅크 경영진의 대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 평가 가치(밸류에이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카카오페이는 급락세를 나타내는 등 이와 같은 (주주환원) 정책적 대응은 충분치 않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금융주의 디레이팅(De-rating· 주가수익비율이 낮아지는 현상) 원인은 주주환원보다 업황 악화와 할인율 상승, 그리고 차별화된 성장 부재 심화에 기인하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밸류에이션을 회복하려면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자체적인 자본 활용과 생태계 강화 노력에 따른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 카카오뱅크 경영진이 검토하고 있는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기대한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한다면 과잉 자본 문제를 해소하고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펀드 판매, 새로운 수익 될까
카카오뱅크는 비이자 이익을 늘리기 위해 펀드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펀드 판매 수수료 같은 비이자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카카오뱅크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금융투자업 예비인가 신청을 냈다. 집합투자증권, 즉 펀드를 카뱅 플랫폼에서 판매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관련 인력을 채용하며 펀드서비스 운영 준비에 돌입했다.
카카오뱅크가 예비인가에 이어 본인가까지 받으면 내년 중 펀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해 금융당국이 온라인 금융 플랫폼이 금융소비자법을 제대로 지키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는 펀드 투자 서비스를 중단했다.
금소법 시행 후 금융당국 계도 기간에 카카오페이의 펀드 투자 서비스는 단순 광고 대행이 아닌 중개행위라는 판단을 받아 서비스를 중단한 뒤 서비스 주체인 카카오페이증권에 플랫폼 이용자를 연결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펀드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려면 투자권유대행인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법인이 등록하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당사 실적추정치 기준 카카오페이의 주가매출액비율(PSR)은 5.6배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글로벌 peer(피어그룹·동일업종 기업) 평균은 3.1배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주가가 많이 하락했음에도 카카오페이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란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는 상장 전 포함 5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주요 자회사의 턴어라운드 시기가 지연됐다”며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한 가운데 카카오페이 주가 반등 시점은 수익성이 확인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