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재창당 작업을 이끌 신임 당대표 선거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의당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사이 갈등 속에서 이목을 끌지 못하는 모습이다.
2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의 여파로 정국이 얼어붙었다.
민주당은 20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정감사 중 야당의 중앙당사를 압수 수색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라며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해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하게 여당을 질타했다.
국민의힘도 이에 맞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은 치외법권이 아니고 성역도 아니다”며 “민주당은 당사를 즉각 개방해 정당한 법집행에 응하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도 민주당 위원들의 불참으로 중단됐다.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위원들이 참석할 때까지 국정감사 개시를 연기하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여야가 극한의 대치를 이루는 상황 속에서 새 지도부를 완성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정의당은 지난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당원 요구까지 겪었다. 게다가 선거 연패로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했고 당직자의 급여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의원들이 여러 차례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알려진 상태다.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정의당은 지난달 재창당을 결의했다. 새 지도부의 지도력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시점이다.
하지만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가 지난 19일 발표된 ‘제7기 신임 대표단 선출 보고대회’ 결과 득표율 49.91%로 과반 득표하지 못했다. 1강 구도로 주목받은 이 전 대표지만 2위인 김윤기 후보(득표율 17.66%)와 2파전을 치르게 됐다.
여야 정쟁이 격화되는 중 진행된 투표여서 국민 관심도도 낮았다. 정의당은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꾸준히 ‘노란봉투법’ 등 민생 법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국정감사는 파행되기 일쑤였다. 각종 사건·사고도 발생해 정의당에 관한 관심은 더욱 떨어졌다.
전문가는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건 정의당 만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며 이런 상황일수록 정의당은 민생 문제를 챙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야 정쟁에 국민이 곧 싫증을 느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의당에 무관심한 이유는) 정의당의 문제라기보다 정치권 전체가 여야 초강성 대치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그 와중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정의당이) 이슈를 내기에 좋은 날짜를 찾기가 어렵다”며 “타이밍의 정치를 고민할 때가 아닌 콘텐츠의 정치를 해내야 할 때”라고 전했다.
이어 “총선 때까지 태풍이 몰아칠 것이기 때문에 태풍이 지날 때를 기다리면 안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각자 탄탄히 내공을 준비해 새 대표 체제하에서 꾸준히 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테면 국민연금 문제, 플랫폼 노동자, 약자, 서민들, 이런 문제에 정의당이 목숨을 걸어야 한다”며 “그런 문제를 가지고 공청회나 토론회, 전문가 좌담회, 기자회견 등을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면 어느 순간 그 이슈가 떠오를 때 정의당에 국민이 마음을 돌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민은 여당과 거대 야당의 패거리 싸움에 진저리를 느끼고 있다”며 “(정의당의) 좋은 인물과 좋은 콘텐츠라면 반드시 때가 있으니 민심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