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이 의약품 관리망 구멍?… ‘마녀사냥 멈춰’

동물병원이 의약품 관리망 구멍?… ‘마녀사냥 멈춰’

기사승인 2022-10-21 15:47:11
동물병원.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수의사들이 동물병원의 의약품 공급 및 관리를 체계화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동물병원은 국정감사 기간 의약품 유통관리의 사각지대로 지목되며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문제의 원인을 미흡한 제도에서 찾았다. 현행 약사법, 수의사법 등이 동물의료계 및 동물복지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병원에 원인불명으로 인체용 의약품이 공급된 사례가 다수 파악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동물병원이 약사법 위반의 온상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서 의원실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3년간 약국개설자가 작성해야 하는 의약품 공급내역을 분석한 결과, 약국에서 인체용 의약품을 공급받은 동물병원은 연평균 2341개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건수는 25만8400여건, 공급수량은 157만5800여개다. 문제는 특정 시도에서 다른 시도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인체용 의약품이 공급된 현황이다. 배송을 통해 인체용 의약품을 다른 시도에 있는 동물병원에 공급한 것은 약사법 위반이다. 

지난해 다른 시도 소재 동물병원에 인체용 의약품을 공급한 약국은 9개소다. 공급한 병원 수는 3546개소, 공급건수는 42만6100여 건, 공급수량은 262만7100여개다. 전체 공급병원의 99.4%, 공급건수의 99.8%, 공급수량의 99.6%를 이들 9개 약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 약국이 많게는 953개 동물병원에 85만개의 인체용 의약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약사법에 근거를 둔 현행 인체용의약품의 공급 체계 전반의 문제이지, 동물병원 탓이 아니라는 것이 수의사들의 입장이다.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의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서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은 법적으로 도매상이 아닌 약국에서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 약국들은 사람에게 처방되는 의약품만 구비하고, 주사제나 수술에 필요한 약 등이 구비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물병원에서는 치료에 필요한 약을 적기에 공급받기 어렵다. 또한 도매상이 아닌 약국에서 소매가로 의약품을 공급받아, 높은 약품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동물병원은 물론, 동물보호자에게도 미치게 된다. 동물의료계에서는 공급체계 개선을 위한 약사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의약계 직능단체들의 반대로 관철되지 못했다.

동물병원의 마약류 사용에 관한 문제도 집중 조명됐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람 병의원보다 동물병원의 마약류 관리체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람을 진료하는 일반병원은 처방전과 진료부를 작성한다. 이 기록을 활용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이중으로 마약류 사용을 관리·감독한다. 하지만 동물병원의 마약류 사용은 식약처만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관여한다. 인 의원실에 따르면 마약류 취급자 중 수의사에 대한 마약류 취급내역 보고 위반 행정처분 건수는 2017년 6건에서 2022년 9월 43건으로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물병원이 펜타닐 패치 오남용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병원의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5602건이었던 동물병원의 펜타닐 패치 처방건수는 2021년 1만862건으로 2년 사이 1.9배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6090건이 처방돼 반년만에 2019년 한해 처방 규모를 초과했다. 펜타닐 패치를 처방하는 동물병원 수는 2019년 690곳에서 2021년 1070곳으로 늘었다.

현재 동물병원의 의약품 및 마약류 사용에 대한 관리체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료와 동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마약류 취급내역을 보고하고 있다. 수의사법에 따라 진료부에 동물보호자의 인적사항과 동물에 사용한 마약류의 품명 및 수량도 기록한다. 다만, 동물병원 내에서 투약이 완료되면 동물보호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하지 않는다.

아울러 수의사들은 동물병원의 의약품 사용량이 증가하는 현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동물병원 진료에 대한 수요도 동반해 늘어났기 때문에 의약품 처방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펜타닐 패치 등 통증관리에 필요한 마약류의 사용 증가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대한수의사회에서 활동하는 한 수의사는 “과거와 달리 반려동물이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면서 반려동물도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만성·중증 질환 치료를 받는 동물환자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수의사들이 마약류 진통제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점차 사회적으로 동물복지가 강조되면서 동물 치료 과정에서도 통증 관리가 적극적으로 고려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동물치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청도 이어졌다. 그는 “동물도 사람과 똑같이 병에 걸리고 통증으로 인해 괴로움을 느낀다”며 “항암치료를 하는 동물 환자들도 적지 않은데, 항암 과정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똑같이 고통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물병원의 의약품 사용 수치자료만으로 동물병원을 의약품 유출 경로로 추정하는 것은 논리가 전혀 없다”며 “사람 의료와 동물 의료 각각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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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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