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반쪽짜리가 됐다.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시기에도 여야의 정국은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극단적인 경색국면에 진입했다. 일각에서는 양당의 정치가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통과를 위한 시정연설을 했다. 민주당은 오전 9시에 의원총회를 열고 불참을 결정하면서 본회의장 반 이상이 비었다. 정의당은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고성이 오가는 등 불편한 상황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2023년도 예산안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안의 주요 의제는 ‘재정 건전성’으로 1000조에 육박하는 부채를 줄여나가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시정연설 말미에는 경제와 안보, 세계정세 등을 언급하면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호소했다.
하지만 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 대치가 이뤄지면서 여야 감정의 골이 깊어졌으며 지난 23일에는 압수수색이 이뤄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울먹거리는 등 유례없는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과 전면전을 선포했다. 또 민생 관련 법안은 별도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책무방기’라고 비판하면서 공당의 길로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5일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예산이 사라졌다”며 “대신 나라 곳간을 채우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이루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구상이 담겼다”고 호평했다.
이어 “하지만 민주당은 오늘 끝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며 “이재명 대표의 방탄용 사당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국회 책무를 방기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스스로 지키기로 약속한 민주당 윤리규범마저 내던졌다”며 “민주당은 대오각성하고 공당의 길로 가야 한다. 어느 때보다 민생과 경제가 어렵고 분열과 정쟁으로 국민께 절망을 안겨드리는 정치가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국민과 국회에 사과할 마지막 기회를 버렸다”며 “야당의 사과 요구에 침묵한 채 ‘혼자만의 시정연설’을 이어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치 탄압으로 야당 말살에 몰두하면서 다른 손으로 국회의 협력을 이야기했다”며 “참 염치없는 대통령이다. 막말과 국회 무시에 대한 사과를 외면하면서 협치 의지를 포기한 것이 윤 대통령이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제시한 내년도 예산안의 방향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당은 무책임한 국정 운영의 들러리로 서는 것을 거부한다. 민주주의와 민생을 수호하기 위해 윤 정부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두고 엇갈린 양당과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각자 서로 자신의 말과 길을 강조해 협치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여야가 상대방을 보지 않고 자기 말만 하고 있다. 정국의 방향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만 간다”며 “정치실종의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 자리”라며 “국민의 생각을 매일 보여주지 않더라도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야 하는데 양측 모두 설명이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