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같은 식품표시, 쉽게 볼 방법 없을까

깨알같은 식품표시, 쉽게 볼 방법 없을까

기사승인 2022-10-27 06:00:25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제품 포장에 기재된 식품표시를 읽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임형택 기자

깨알같은 글씨, 이해하기 어려운 수십개의 전문용어.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들여다봐야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유통되는 대부분의 식품표시 현주소다. 

식품표시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식품 산업계, 학계, 정책 전문가들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식품표시 효율화 및 간소화 방안 모색’ 포럼에서 식품산업에 활력을 더할 디지털 기술 도입 과제를 의논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식품표시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특성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식품표시 효율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식품의 의무표시 사항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식품 정보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하지만 제품의 한정된 면적에 많은 분량의 의무표시 사항을 기재하면서 가독성은 떨어지고 정보 전달에 한계도 큰 실정이다.

QR코드를 도입하면 식품의 라벨이나 포장지에 많은 정보를 빼곡히 적어 넣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스캔,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 기업 역시 의무표시 사항을 기재하느라 정작 제공하고자 하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품등의 표시기준에서 QR코드 활용을 일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허용 대상은 ‘식품첨가물과 기구의 경우 살균소독제 보관방법 및 가용기준을 표시하기 곤란한 경우’로 한정돼 상용화 근거로 삼을 수 없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앞서 8월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식품 표시사항 QR코드 제공 확대’과제를 제시했다. 이후 9월부터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식약처는 시범사업을 통해 QR코드 정보제공의 효과성을 검증,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현행 식품표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가 발표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식품표시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가운데 ‘현재 식품표시 사항을 읽을 때 불편하다’고 답한 비율은 53.2%로 과반을 차지했다. 불편함을 느낀 이유로는 글씨가 너무 작다(33.5%)는 고충이 가장 많았다. 표시내용이 너무 많아서 복잡하다(24.6%), 표시 위치가 일관되지 않아 찾기 힘들다(12.7%) 등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식품표시에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는 62.2%가 ‘그렇다’고 답했다.

26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식품표시 효율화 및 간소화 방안 모색’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의하고 있다.   사진=한성주 기자

하 교수는 “QR코드는 미래 사회의 트랜드이며, 식품산업에서 소비자와 산업계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전 국민이 거의 다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이후 비대면 사회로 진입하면서 전자상거래 기술이 활성화해 식품표시에 QR를 도입하기 적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무라벨 생수병이 등장해 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며 “전자적 정보 제공은 포장재 폐기를 최소화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현에도 도움이 된다”고 내다봤다.

조 상임대표는 “식품표시의 가독성을 높이고, 표기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식품산업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꼽히는 만큼,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언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조 상임대표는 소비자 안전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상조했다. 그는 “제조일, 유통기한, 품질 유지기한 등은 제품 자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정보”라며 “디지털 정보망 사고, 재난 상황 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소비자와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재준 식약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장은 “QR코드를 활용한 표시 효율화로 식품표시 가독성을 향상하기 위해 현재 시범사업으로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할 것”이라면서 “제도가 도입되면, 정부가 보유한 디지털 식품정보를 연계해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식품안전 정책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기술 활용에 뒤처질 수 있는 소비자들에 대한 지원 수단도 마련할 예정이다. 오 과장은 “QR코드 도입 과정에서 정보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보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연령, 장애 여부,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은 물론이고 데이터 사용량과 디바이스 모델 등 디지털 경제상황도 모두 고려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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