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와 공연 취소 [친절한 쿡기자]

애도와 공연 취소 [친절한 쿡기자]

기사승인 2022-10-31 19:38:49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 꽃다발이 놓여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연예계가 멈춰 섰습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대규모 사고로 온 사회는 슬픔에 잠겼습니다. 정규 방송부터 공연, 행사 등 모든 게 ‘올 스톱’ 됐습니다. 대다수 행사는 축소해 진행하거나 당일 취소 수순을 밟았죠. 

누가 이런 일을 예상이나 했을까요. 참사로 대중문화계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방송사들은 정규 방송을 결방하고 제작발표회 등 행사를 대부분 취소했습니다. 컴백을 앞뒀던 가수들은 앨범 발매를 미뤘고, 공연을 앞뒀던 팀들은 일정을 잠정 취소하거나 연기했습니다. 핼러윈 관련 행사와 지역 축제도 대부분이 취소 수순을 밟았습니다. 2년간의 암흑기를 거쳐 엔데믹 시대를 맞은 공연·문화 업계가 다시금 경직된 모양새입니다.

대중 반응은 둘로 나뉩니다. 온라인상에는 애도 기간인 만큼 공연·행사 강행은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공연 취소 시 추가 피해가 발생한다는 반론이 맞섰습니다. 트위터에는 “가족이 음향 관련 일을 하는데 공연이 취소돼 돈도 못 받았다”(yong********, 이하 트위터 아이디), “일주일 동안 잡힌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마음이 안 좋지만 알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기분”(dear*********), “축제날이어서 족발 파는 어르신이 일찍부터 족발을 삶고 계셨는데 행사가 취소돼 난감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계신다”(help*****) 등 여러 사연이 올라와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반면 “취소된 축제들이 안타까운 건 이해하나 애도 기간은 있어야 한다”(amul******)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행사가 취소된 건 아닙니다. 행사 하나가 열리려면 수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이해관계도 여럿입니다. 주최사 규모가 작을수록 행사 취소 시 떠안을 손해는 커집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연이 연기되면 각종 대금 지급 시점이 미뤄지는 정도에서 그치지만, 전면 취소될 경우 소속사보다 참여 업체의 피해가 크다”면서 “소속사도 대관료와 관련한 위약금부터 홍보마케팅 등 예정했던 계획과 비용 문제에 차질이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행사를 무턱대고 진행하기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비난 여론이 부담입니다. 실제로, 일부 누리꾼은 30일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한 몇몇 가수들의 현장 영상을 SNS에 인용해 비난을 유도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누군가에겐 생업이 걸렸어도, 국민 정서와 애도 기간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하면 행사를 마냥 강행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애도란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음을 뜻합니다. 추모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생각하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과연 바람직한 애도일까요. 모든 생업을 중단하고 슬퍼하기만 해야 옳은 추모일까요. 중요한 건 진심입니다. 예정했던 공연을 열고, 축제와 행사가 이어진다 해서 슬퍼하는 감정에 진정성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혹자에게 어느 행사는 생계가 걸린 일일 수 있고, 어느 공연은 누군가의 숨통을 트여줄 수 있습니다. 부디 우리 사회가 각자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이들을 쉽게 비난하는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길 바랍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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