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빗발쳤는데…두차례 방문에도 용산구청장 몰랐다

신고 빗발쳤는데…두차례 방문에도 용산구청장 몰랐다

기사승인 2022-11-02 16:31:34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   사진=임형택 기자 
압사를 예견한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으나 지역 행정의 책임자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당일 약 4시간 전부터 신고가 쏟아졌지만 구청장은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했다.  

31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청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고 당일 오후 8시, 9시에도 이태원을 방문했지만 그 정도로 위험하지 않았다”며 “단시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참사가 발생하기 1~2시간 전 직접 지도 점검을 나갔다는 취지다.  

박 구청장이 이태원을 방문했다는 시간, 시민들은 인파로 인해 이미 압사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는 29일 오후 6시34분 처음 접수됐다. 첫 신고자는 “해밀턴 호텔 골목에서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 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며 “인파가 너무 많은데 통제를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해밀턴 호텔 골목은 이번 참사가 발생한 장소다. 신고 후 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후 10시15분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이후에도 신고는 이어졌다. 오후 8시9분과 33분, 53분, 오후 9시와 9시2분, 7분, 10분, 51분, 오후 10시와 10시11분 등 총 11건이다. 해당 신고들은 모두 참사 현장 반경 100m내에서 접수됐다. 신고자들은 “큰일이 날 것 같다”, “압사당할 것 같다”,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다”라며 급박함을 전했다. 박 구청장이 방문했다는 시간대에 접수된 신고만 8건이다.  

서울 용산구청.   사진=임형택 기자 
짧은 시간 인파가 몰렸다는 박 구청장의 설명도 사실과 다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9일 오후 4시부터 시간대별로 5000명 이상의 시민이 이태원역에서 하차했다. 오후 4시~5시 5075명, 오후 5시~6시 8068명이다. 오후 6시부터는 시간대별 하차객이 1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오후 6시~7시 1만747명, 오후 7시~8시 1만1873명, 오후 8시~9시 1만1666명이다. 오후 9시 이후에는 외려 줄었다. 오후 9시~10시 9285명, 오후 10시~11시 7781명으로 집계됐다.    

이태원 상인들은 참사 당일 구청의 대비가 부족했다고 이야기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여성은 “예년에도 그래도 구청·경찰에서 골목 쪽으로도 점검을 나왔는데 올해는 인파에 가려서인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에서 100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윤모씨도 “이 골목까지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다”며 “오후 9시까지 영업하다가 들어갔는데 구청에서 거리를 점검하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용산구청에 참사 당일 용산구청장 및 구청의 지도·점검 시간과 지역을 문의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사고 현장을 31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29일 오후 10시15분 이태원 해밀턴호텔 인근 좁은 내리막길에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사망자 156명, 중상자 29명, 경상자 122명 등 총 307명이다. 피해자 대다수는 20대였다. 참사 당시 좁은 골목길에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들어찼다. 사람들이 5~6겹으로 넘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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