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웅의 탄생,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미리 보니

새 영웅의 탄생,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미리 보니

기사승인 2022-11-09 02:00:01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왕이 죽었다. 왕국의 운명은 위태롭다. 9일 개봉하는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감독 라이언 쿠글러)는 와칸다 국왕이자 블랙 팬서인 티찰라(故 채드윅 보즈먼) 사망 1년 후를 다룬다. 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대장암 투병 끝에 2020년 숨을 거두자 ‘블랙 팬서’ 시리즈는 방향을 틀었다. 마블이 내세운 새로운 얼굴은 슈리 역의 배우 러티샤 라이트. 오빠 티찰라를 떠나 보낸 뒤 상실감에 허우적대던 슈리는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를 만나 각성한다.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8일 시사회에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와칸다는 영원하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담아야 할 게 많다. 지나간 영웅에 대한 찬사, 불안한 와칸다의 미래, 새로운 블랙 팬서의 등장… 영화는 다양한 목적을 하나의 스토리로 영리하게 해결해간다. 이야기는 선대 블랙 팬서인 티찰라의 부재를 명확히 짚고 시작한다. 블랙 팬서라는 수호자를 잃은 와칸다는 강대국에게 공공연한 위협을 받는다. 모두가 와칸다의 비브라늄을 노리자, 새 국왕 라몬다(안젤라 바셋)는 와칸다가 여전히 스스로를 지킬 힘을 가졌다고 피력한다. 그를 필두로, 와칸다의 강인한 전사들은 여전히 깊은 사명감으로 조국을 수호한다. 와칸다를 지키려는 이들의 의지는 이야기를 든든히 받치는 힘이다.

와칸다의 여자들은 이번에도 뚜렷한 활약을 펼친다. 새 블랙 팬서로 떠오른 슈리는 상실감을 딛고 내면의 성장을 이뤄낸다. 라몬다는 비장하고 근엄한 지도자이자 따스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왕실 근위대 도라 밀라제를 이끄는 오코예(다나이 구리라)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카 체이싱부터 슈트 전투 등 여러 액션신을 맛깔나게 소화한다. 나키아(루피타 뇽오) 역시 인상 깊다. 와칸다를 지키겠다는 결의에 찬 도라 밀라제의 모습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안토니 루소·조 루소) 속 와칸다 전투의 전율을 또 한 번 느끼게 한다.

채드윅 보즈먼에 대한 헌사 역시 잊지 않는다. 그는 영화 ‘블랙 팬서’의 정체성이다. 와칸다를 침략하는 탈로칸은 왕을 잃은 와칸다의 불완전한 면과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는 와칸다의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티찰라는 죽었지.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채드윅 보스만을 기리며 새로운 블랙 팬서의 탄생을 성공적으로 그려낸다. 시리즈 팬이 아니어도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영화다. 약해진 와칸다에 수호자가 없다고 믿는 이들에게,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와칸다가 여전히 단단하며 블랙 팬서가 영원하다는 답을 내놓는다. 블랙 팬서는, 와칸다는 사라지지 않는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가장 정치적인, 가장 신화적인


2018년 개봉한 ‘블랙 팬서’(감독 라이언 쿠글러)는 아프리카 최빈국으로 알려진 와칸다가 실은 지구상 가장 강한 금속 비브라늄을 소유한 유일한 국가라는 설정을 내세워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자긍심을 고취했다. 4년 만에 세상에 나온 후속작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시작부터 ‘블랙 팬서’의 정신을 이어받는다. 앞에선 세계 평화를 운운하며 뒤로는 비브라늄을 강탈하려는 미국에게, 와칸다의 국왕 라몬다는 세차게 경고한다. 와칸다의 자원을 침탈하려는 시도에 우린 더욱 맹렬히 맞설 것이라고. 우리는 왕을 잃었지만 자신을 지킬 힘조차 잃진 않았다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최근 몇 년간 개봉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작품 가운데 가장 정치적인 영화다. 식민주의의 상흔을 드러내며 서구 사회 착취의 역사를 비판해서다. 비브라늄을 노리며 와칸다를 압박하는 미국의 행태는 경제·군사적 권력을 앞세운 패권주의의 표상으로 보인다. 영화는 시간을 16세기로 돌려 유럽 제국주의에도 날을 세운다. 메소아메리카 원주민의 피를 이어받은 탈로칸의 지배자 네이머를 통해서다. 네이머는 스페인에 터전을 빼앗기고 미국에 추격당한다. 궁지에 몰린 그가 별수 없이 와칸다로 화살을 돌릴 때, 양쪽의 전쟁은 블록버스터가 아닌 비극으로 다가온다.

역대 MCU 영화 중 신화적 상상력이 가장 눈부신 작품이기도 하다. 멕시코 민속에 등장하는 인어, 마야의 날개 달린 뱀 신 쿠쿨칸 등 신화를 토대로 탈로칸 주민들과 네이머를 탄생시켰다. 마야, 아즈칸 문명을 되살린 듯한 해저 세계 탈로칸의 전경은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와칸다 왕국 새 영웅으로 떠오른 슈리의 성장담과 영화 곳곳에 드리운 티찰라의 존재감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러닝타임이 161분으로 길지만 지루하진 않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을 잊지 못한 팬이라면 반가울 액션 장면도 있다. 쿠키 영상이 있으니 영화가 끝나도 자리를 지키자.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김예슬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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