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축제의 위험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비슷한 의미를 담은 ‘단오’를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축제나 행사의 종류가 아닌 대처의 본질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각에서 ‘이태원 참사’ 이후 핼러윈 축제 자체가 위험하니 전통 명절인 단오를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오 역시 서로 돌을 던지는 풍습이 있어 위험하긴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핼러윈과 단오가 시기가 다름에도 언급되는 이유는 둘 다 ‘귀신’이 축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핼러윈은 귀신 분장을 하고 이웃집에 방문해 사탕을 받거나 장난을 친다. 반면 단오는 귀신을 쫓는 행사를 기반으로 한다.
전업주부들의 커뮤니티인 ‘82쿡’에서는 “핼러윈 축제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귀신 분장을 하는 것이 위험해 보인다. ‘단오’같은 명절을 챙기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핼러윈과 단오 문제는 예전부터 언급돼 왔다.
핼러윈 대신 단오를 챙기자는 의견은 방송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지난 2012년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핼러윈 복장을 두고 우리나라 명절인 단오는 챙겼느냐고 반박하는 모습이 담겼다.
핼러윈의 위험성으로 단오를 언급했지만 모든 축제와 행사는 위험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핼러윈은 많은 인파와 분장 등으로 위험이 발생한다면 단오에는 창포물에 머리 감기와 씨름, 그네뛰기 같은 놀이뿐만 아니라 ‘석전’이라는 ‘돌팔매질 놀이’를 해왔기 때문이다. 과거 석전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실은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에도 등장한다.
전문가는 각종 축제와 행사를 바꾸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행사나 축제는) 즐기는 사람한테 맡겨야 한다. 핼러윈이나 단오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안전을 얼마나 지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단오가 언급되는 것은 안전한 사회에 대한 열망이지만 축제나 행사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사의 본질을 가리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재발방지와 원인 규명,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봉 정의당 원내대표비서실 공보비서는 본지와 통화에서 “핼러윈을 없애자는 말은 동의하지 않는다. 참사의 본질은 미리 대비하지 않은 정부와 행정안전 당국, 지자체의 무능이었다”며 “많은 인파가 몰릴 게 충분히 예상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핼러윈 직전에 열린 각종 축제가 있었음에도 사고가 벌어지지 않은 것은 지하철 무정차와 경찰 인력 배치 때문이다”라며 “핼러윈에는 대책이 전혀 없었다. 본질을 가리고 다른 방향으로 얘기가 나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사건이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재난 안전법을 강화하거나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개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회 재난을 대비하고 대응하기 위한 단일화된 법안을 통해 사회 안전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키뉴스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슬퍼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