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나 쉽게 개인의 책임이라고 얘기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악플에 한 청년이 남긴 말이다.
쿠키뉴스는 지난 9일 김설 청년유니온(청년세대를 위한 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나 이번 참사에서 왜 희생자들을 탓하는 여론이 많았는지를 두고 질답했다. 김 위원장은 “안전책임을 져야 하는 시스템 내지 구조를 보는 것보다 그 대상자를 혐오대상으로 보고 책임을 떠넘기고 빠르게 이거를 넘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이유에 대해선 정치권이 참사를 정쟁적으로 다루다 보니 사람들이 냉소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고 나아가 ‘나와 너는 다른 사람’이라고 구분 짓고 희생자 탓을 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희생자들을 떠올린 그는 인터뷰 도중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동시에 정치권의 무책임한 발언들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국가가 마치 이 사고가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죽음과 비극을 두고 누군가의 책임, 누군가의 퇴진을 곧바로 외치는 것이 과연 다음 사회를 상상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까”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이태원참사 발생 직후 희생자 탓 하는 여론이 많았다.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악성 댓글도 있었는데, 왜 사람들은 희생자들을 비난했을까.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2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놀러가서 참사 당한 것 아니냐. 그러면 너희의 책임이다’고 말하는 것에는 나는 거기 있지 않았고 ‘나와 당신은 다른 사람이다’고 분리시키며 타자화 하는 것이다. 나와 당신이 이 사회 공동체 같은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면 개인의 책임이라고 쉽게 얘기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둘째는 이태원이라는 장소와 핼로윈 축제라는 문화적 특성에 더해 청년이라고 하는 세대 특성에 대한 혐오적 감정이 표출 돼 너무나 쉽게 개인의 책임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 사람들이 세월호와 많이 비교한다. 세월호 참사는 공공의 학교라는 공간에서 공적인 일로 수학여행 갔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안전책임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사람들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또 그때 당시 학생이라는 보호되어야 하는 대상이 있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성인들이었고, 본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세대였고 또 이태원이라고 하는 즉 놀러간 것이 꼭 해야 되는 게 아니었고 이것 또한 선택이였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쉽게 ‘거기에 간 너가 잘못이다’고 얘기하는 걸로 보인다. 안전책임을 져야 하는 시스템 내지 구조를 보는 것보다 그 대상자를 혐오로 보고 책임을 떠넘기고 빠르게 이거를 넘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큰 것으로 보인다. 빨리 이 참사를 넘어가고자 하는 욕망은 한편으론 큰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가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왜 희생자탓으로 이어질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이 사회에 태어난 순간 우리는 사회계약을 맺는다. 공동체라고 하는 것이 적어도 내가 태어나고 죽을 때가지 일정정도의 안전함이라는 것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게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장소에 있든 놀든 그것과 상관없이 최소한의 우리 생명의 안전을 이 공동체가 함께 책임진다고 하는 것에 대한 사회계약을 맺는데, 그것은 헌법에도 명시화된 권리로서 안전 보장에 대해 명확하게 하고 있다. 만약 이런 시스템이 부재한다면 우리는 어떠한 안전한 일상도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안전 보장에 대한 시스템에 신뢰를 갖고 있고 이 신뢰라고 하는 것은 구체적인 실체로서 존재해야 되는 거다. 이태원 핼로윈 축제 현상을 충분히 예상했다면 그 이 거리에 나온 수많은 시민들 안전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대책이 수립됐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정부 관계자들이 우리는 할 도리를 다했다고 하는 것은 이 사회를 함께 구성하는 이들로서 너무나 무책임한 것이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 우리 사회에 어떤 것이 더 좋은 추모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인지에 대해 토론과 합의가 없는 상태다. 우리는 이 사회를 함께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시민들이 구성원의 죽음을 어떻게 추모하고 어떻게 반복되지 않게 할 것인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그것은 부재하고 정쟁만 남아있다. 이 정쟁 가운데 수많은 혐오의 말들, 차별의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추모시위에 나서기도 하셨다. 청년들이 단체로 추모시위에 나서게 된 계기 무엇인가
▶사실 진행하고 있는 추모 시위도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더 슬퍼하고 추모의 목소리를 다양한 장소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답답한 마음에 나서게 됐다. 정부와 지자체에선 무책임하게 나오고 또 한편으로는 토요일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희생자 탓하고 모욕하면서 우리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앞으로 60년 이상 가장 오래 살아갈 세대들이 느끼기에 이런 사회가 우리의 미래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런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느낀다. 우리사회의 다음 방향이 무엇이냐고 하는지를 두고 정치 당사자들이 불모의 흥분상태에서 물고 뜯고 하는 모습을 보니 시민들은 냉소할 수밖에 없다.
또 국가가 마치 이 사고가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떠한 종류의 죽음과 비극을 두고 누군가의 퇴진을 바로 외치는 것이 과연 이 죽음을 마주하고 또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다음 사회를 상상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이태원 참사 대응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
▶정치권에서 반성하는 태도가 부족해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자기 책임이 있다고 먼저 말하는 게 없다. 지난 5년동안 집권했던 민주당은 책임이 없나, 지금의 여권은 책임이 없나. 나의 책임도 있다는 걸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이 없다. 정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토론하고 합의하고 고민해야되는데 정치권에서는 이 국면을 바라볼 때 누구의 책임인가 이전에 나의 책임이다라고 밝히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권은 타자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고 이런 언어들이 나와 이태원에 있었던 사람들을 분리시킨다. 다양한 정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군가의 책임을 묻기 전에 우리의 책임이 있다면 그걸 밝히고 어떻게 소명할 것인가가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앞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
▶우선은 충분히 추모하고 서로를 충분히 위로했으면 좋겠다. 서로를 위하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동료를 떠나보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또 너무나도 쉽게 누군가의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잘못도 분명히 있겠지만 모두의 잘못으로 인한 참사이기 때문에 혐오의 말들고 누군가의 책임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내 주변 사람들, 가족들 등과 이 죽음을 마주하고 살피고 위로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이러한 참사가 이 사회에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대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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