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4년 만에 총파업…“尹정부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서울대병원 4년 만에 총파업…“尹정부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900명 모여 “공공병원 인력 감축 웬 말”
‘인력 충원’ ‘의료공공성 강화’ 요구
향후 교섭 진행 상황 따라 추가 파업 여부 결정하기로

기사승인 2022-11-10 15:31:53
10일 서울대병원 앞 900명의 노동조합원이 한 자리에 모여 의료공공성 강화와 필수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사진=박선혜 기자

“팬데믹 기간 동안 없는 인력으로 모든 힘을 다해 환자를 지켰는데, 보상을 주긴 커녕 윤석열 정부는 공공병원 인력을 더 줄이라고 한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다들 이 자리에 섰다.”

10일 서울대병원 앞 900명의 노동조합원이 한 자리에 모여 의료공공성 강화와 필수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 조합원 3900여 명 중 환자 치료와 관련한 필수 유지 업무 인력을 제외한 인력이 모였다. 병동, 원무, 진단검사, 영상촬영, 급식, 환자 이송, 시설, 환경 미화, 예약센터, 연구실험 등 다양한 부서에서 참여했다. 

박경득 파업대책본부장은 “공공의료 강화와 병원 인력 충원을 위해 수차례 싸워왔다. 하지만 정부도, 병원도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국민이 희생당했다”며 “정부는 혁신안이라는 이름으로 재벌만 살찌우는 민영화를 향해가고, 병원은 인력 축소, 인건비 통제로 환자와 병원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렸다. 노동조합원들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피력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회는 8월17일부터 교섭을 시작해 현재까지 노·사간 15차례가 넘는 교섭을 했지만 병원 측에서 수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은 교섭에서 의료공공성 강화(감염병 종합대책 수립, 의사 성과급제 폐지, 영리자회사 축소, 어린이 무상의료, 환자 정보 보호,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 등), 필수인력 충원(간호사, 의료기사, 간호보조인력, 시설직, 환자안전직 등), 노동조건 향상(야간근무자 노동시간 단축, 저임금 직종 처우개선, 장애인 일자리 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서울대병원 본관 정문에 붙어있는 플랜카드. 의료민영화, 가짜혁신안에 맞서 의료공공성을 지키겠다고 적혀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라옥란 서울대병원분회 상황실장은 “사측은 노동조합 요구에 대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안과 기재부 인력 통제, 공공기관 경영평가 총인건비 통제를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정부에서 요구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계획안은 제출했다. 해당 계획안은 간호사 인력 감축과 직원 복지 축소 내용이 담겨 있었다. 1년 사이 줄줄이 사직하는 동료들을 보면서도 버티고 버텼지만, 이제는 필요인력을 충원해 환자를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투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29일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및 효율화를 위해 인력 감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각 부처들에 혁신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그 속에는 서울대병원도 포함됐다. 가이드라인에는 △2023년 공공기관 정원 원칙적 감축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비핵심 출자회사 정비‧청사 활용도 제고 △과도한 복리후생 점검 정비 등이 담겼다. 즉 공공병원을 축소하고 포함된 정원과 임금, 비용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공공병원들은 인력 충원은 불사하고 인력을 감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공공병원 직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고 ‘인력 충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보라매병원의 경우 감염병전담병원 가이드라인 기준 274명이 부족하다. 서울대병원도 사측과 2021년 인력 충원을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병원 주변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공공의료’ ‘인력 충원’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보라매병원 간호사 입장을 대신해 나온 홍소의 대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보라매병원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병원 절반이 코로나 환자를 봐야했다. 그러나 감염병동 인력기준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고 코로나 병동으로 전환되면서 내과 병상이 부족해 남아있는 비코로나 병동에서는 기존 진료과 말고도 소화기, 혈종, 내분비, 알레르기, 신장, 호흡기, 순환기, 류마티스, 감염내과 환자까지 봐야했다. 낙상사고를 막기 위해 오늘도 간호사들은 눈물 지으며 환자들을 신체보호대로 묶을 수밖에 없다. 조무사들은 혼자서 40여명의 환자들의 옷을 갈아입히고, 기저귀를 갈고, 체위를 변경해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보라매병원의 간호사들은 사직하고 조무사들은 골병이 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라며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번엔 공공병원 간호사들의 인력을 감축하라고 한다. 당장 내 옆의 동료가 떠나가는 것도 붙잡지 못하고 환자들이 위험에 처해지는 것도 막지 못하는 보라매병원 간호사들 140여명은 이제는 우리 스스로 안정한 병원을 만들 각오로 수간호사들의 무수한 탄압을 이겨내고 이곳에 모였다”고 밝혔다. 

병원 건물 외관에 붙어 있는 대자보.   사진=박선혜 기자

강철 공공운수노조 본부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노동현장에서 일하다 죽어가고 있다. 윤 정부는 국민 삶을 지키겠다면서 책임은 안지겠다는 입장이다. 인력 감축으로 어떻게 안전 지킬 수 있나”라며 “공공운수노조는 노동자들끼리 서로 경쟁하고 싸우는 공공기관 만드는 윤 정부의 정책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윤태석 서울대병원분회 파업대책본부장은 “안전한 사회를 위해 공공의료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시기에 오히려 정반대의 정책을 강요하는 정부,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서울대병원 사측에게,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저항한다”며 “정부와 사측의 요구는 환자를 위험에 빠지게 하고 병원 노동자를 극한 작업으로 내모는 것이기에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료노동자로서 물러서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노조는 이날 하루 파업을 벌인 뒤 사측과의 교섭 진행 상황을 보며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파업 출정식을 마친 파업대오는 환자와 시민들에게 파업 호소문을 나눠주고 오후 2시부터 시작한 의료연대본부 총파업에도 참여했다. 의료연대는 총파업총력투쟁 대회를 열고 ‘의료민영화 저지’, ‘노동개악 저지’, ‘인력감축 저지’를 외쳤다. 17개 조정신청 사업장 중 미타결 사업장인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이 파업에 동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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