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자주 듣는 질문 "돈 좀 벌었어?"

귀농, 자주 듣는 질문 "돈 좀 벌었어?"

[지리산웰빙팜] 농사꾼 임송의 귀농일기(13)
변화도 없고 무미건조해 보이는 하루하루가 귀농의 본질

기사승인 2022-11-14 15:21:20
사업이라고 하니까 가끔 지인들이 “요즘 어때?”라고 묻는다. 신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 놨는데 반응이 괜찮다고 말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은 좀 벌었어?”라고 묻는다. 돈이 그렇게 쉽게 벌리느냐고 하면, “반응이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의아해 한다. 돈이 어디서 뚝딱하고 금방 생기는 줄 안다.
고구마를 손질하는 모습. 이런 일상적인 과정을 무한 반복해야 돈이 벌린다. 사진=임송

돈을 벌려면 이익이 나는 제품을 계속 만들어 팔아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제품 1개를 만들어 팔면 500원의 이익이 난다고 가정해보자. 1억 원을 벌려면 그 물건을 2만개 만들어 팔아야 한다. 자동화 시설이 되어 있는 큰 공장에서야 물건 2만개 만들어 출고하는 것이 큰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이 수작업 비중이 큰 소규모 공장에서는 물건 2만 개를 만들어 출고하는 것이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사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신제품을 개발해서 소비자가 좋아하면 무조건 돈이 벌리는 줄 안다.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제품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소비자들이 어떤 물건을 좋아한다고 해서 바로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버는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물건을 다양한 유통채널에 실어서 소비자 손에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큰 기업들이야 자체 유통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유통망을 통해 뿌리면 된다. 하지만 소기업들은 그런 유통망이 없다. 유통망에 접근 가능한 중간상인을 통하거나 자신이 직접 유통사와 협의해서 점포 하나하나에 물건을 입점 시켜야 한다. 전자를 선택하면 이윤이 줄고 후자는 일일이 쫒아 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

아무튼 이런 복잡한 과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루트가 확보되고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물건이 출고되는 상황이 됐을 때야 비로소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다. 정작 돈이 쌓이는 것은 물건을 만들어서 이 루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동일한 과정을 무한 반복하는 데 있다.
최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웰빙팜 군고구마. 고구마의 전분을 엿당으로 바꾸는 ‘당화공정’을 적용하여 단 맛이 강하다. 사진=임송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판매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돈을 버는 일이 이 과정을 반복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다거나 유명 점포에 입점하는 등의 특별한 사건을 통해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이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반짝 인기를 얻었다고 혹은 유명 점포에 입점했다고 물건이 지속적으로 잘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그런 특별한 사건이 돈을 만드는 직접적인 과정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현실에서는 이렇게 실제로 돈을 벌거나 특별한 가치를 구성하는 직접적인 과정과 그런 과정에 이르기 위한 보조적인 과정들이 섞여있다. 우리는 가끔 어떤 것이 보조적이고 어떤 것이 직접적인 과정인지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귀농’의 본질적인 과정은 귀농을 결심한다거나 이주하는 과정에서의 특별한 사건 등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어찌 보면 별로 변화도 없고 보기에 따라서는 무미건조해 보이는 하루하루가 귀농의 내용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과정인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착과정에서의 특별한 사건 등이 마치 귀농의 실재인 것처럼 떠벌이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착각은 비단 ‘귀농’에만 국한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우리 사회 각 부문에 이렇게 본말이 전도된 경우가 만연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마음을 닦는다든가 공부를 한다든가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정작 이들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과정은 묵상을 한다든가 책을 본다든가 기획안을 작성하거나 물건을 만드는 등으로 구성되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 시간들은 때로는 짜증도 나고 권태로울 수도 있는 단순한 일과의 반복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최고급 백화점(Le Bon Marche)에 전시된 웰빙팜 ‘잡채 키트.’ 어디 가서 말하기는 좋지만 큰돈은 되지 않았다. 사진=임송

그것들에 비하면 수련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체험을 한다든가 경진대회에서 입상을 한다든가 특별한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의 사건들은 짜릿하기는 하지만 본질적인 과정에 부수되는 특별한 사건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본질적인 과정보다 특별한 사건에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본질적인 과정이 특별한 사건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마저도 발생한다. 본말이 심하게 전도된 것이지만 현실에서 자주 목격되는 경우이기도 하다.

무미건조하다고 해서 본질이 아닌 것은 아니며 짜릿하다고 해서 부수적인 것이 본질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돈 버는 것은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면 공장 돌리는 과정이 상당기간 반복되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인들이 자꾸 돈은 벌었냐고 묻기에 하는 소리다.

◇ 임송
중앙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펜(Upenn)대학 대학원에서 사회정책학을 공부했다. 1989~2008년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부이사관으로 퇴직 후 일용직 목수를 거쳐 2010년 지리산(전북 남원시 아영면 갈계리)으로 귀농해 농사를 짓다가 최근 동네에 농산물 가공회사 '웰빙팜'을 설립했다.

jirisanproduce@daum.net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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