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혹사·인권 탄압…잡음 끊이지 않는 월드컵 [로드투카타르]

선수 혹사·인권 탄압…잡음 끊이지 않는 월드컵 [로드투카타르]

기사승인 2022-11-16 06:00:18
카타르 시내에 세워진 월드컵 우승 트로피 모형.   로이터 연합

세계인의 대축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축구계 종사자와 축구 팬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카타르 월드컵은 2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한 달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월드컵은 ‘최악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제프 블라터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카타르를 개최지로 택한 것은 실수였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후회했을 정도다. 개막 전부터 여러 방면에서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리그 경기 중 부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가는 디오구 조타.   로이터 연합

무더위를 피한 게 오히려 독?

이번 대회는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중동 지역에서 개최된다. 또 겨울에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이다. 이전까지 월드컵은 6~7월에 열렸는데, 카타르의 여름철 최고 기온이 50도까지 치솟는 탓에 시기 변경이 불가피했다. 개최 시기가 바뀌면서 월드컵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리그 일정을 빡빡하게 소화하고 카타르로 이동하게 됐다.

이로 인해 이번 월드컵에는 유독 부상 선수들이 많다. 경기가 잦아지면서 선수들의 피로가 누적됐고, 부상으로 직결됐다. 지난 대회 프랑스의 우승 주역인 폴 포그바와 은골로 캉테는 불참을 결정했다. 포르투갈의 디오구 조타와 페드르 네투, 독일 공격수 티모 베르너, 잉글랜드 수비수 리스 제임스와 벤 칠웰 등도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지난 2일 마르세유전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해 부상 입은 손흥민.   로이터 연합

월드컵 출전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부상 여파로 출전이 불확실한 선수는 더욱 많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은 경기 도중 상대 선수와 충돌해 얼굴 부상을 입어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주전 풀백 김진수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직 재활 중이다. 사디오 마네(세네갈), 파울로 디발라(아르헨티나), 로날드 아라우호(우루과이), 알폰소 데이비스(캐나다) 등 세계적인 선수들 역시 정상 출전이 어렵다고 알려졌다.

영국 방송 스카이스포츠에서 해설 위원을 맡고 있는 제이미 캐러거는 지난 2일 “2주 정도의 부상에도 선수들은 월드컵에 나서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라면서 “이는 FIFA가 카타르를 월드컵 개최국으로 정한 탓이다. 이 시기에 열리는 월드컵은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 축구클럽 감독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은 월드컵이 끝난 후 휴식 없이 곧바로 소속팀의 리그와 국제 대회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주축 선수가 월드컵에서 다칠 경우, 자칫 시즌 계획이 모두 망가질 수도 있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쉴 수 없다”라면서 “월드컵 개막 한 달 전에는 선수들에게 집중하라고 해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소속팀 경기와 대표팀 경기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월드컵을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중간에 넣는 건 미친 짓”이라고 격분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평균 준비 기간은 7일에 불과하다. 역대 월드컵의 평균 준비 기간(약 31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조나스 베어 호프만 FIFpro 사무총장은 “월드컵 준비 기간이 부족해 선수들의 피로도와 부상 위험이 이전에 비해 훨씬 높다”고 의견을 밝혔다.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중 카타르 월드컵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걸개가 올라왔다.   AP 연합

이주 노동자 착취·성소수자 인권 탄압 문제 대두…보이콧 행렬도 이어져

카타르에는 각종 인권 탄압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카타르는 2010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후 월드컵 인프라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인구가 300만 명에 밖에 되지 않는 카타르는 월드컵 경기장, 공항, 도로, 지하철 등 인프라 구축에 약 200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를 동원했다.

하지만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카타르로부터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했다. 지난 1월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80만 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하루 8.3파운드(약 1만3000원)밖에 받지 못했다. 제대로 휴식도 없이 섭씨 40도가 넘는 환경에서 작업했다. 지난 10년간 카타르 월드컵 인프라 건설 도중 사망한 노동자 수는 6700명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카타르 월드컵은 ‘피로 물든 월드컵’이라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카타르는 2017년 이후 각종 노동 관련 개혁으로 문제가 개선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 체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관광객 숙박지역 인근 아파트에 머물던 외국인 노동자 수천 명을 강제로 쫓아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로 인해 세계 각지에서는 월드컵을 보이콧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이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분데스리가 구단 호펜하임은 “이번 월드컵에 대한 소식을 알리지 않을 것이다”고 성명문을 발표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는 파리, 스트라스부르, 마르세유 등 주요 도시에서 카타르 월드컵 거리 중계를 하지 않기로 선언했다.

덴마크는 이번 월드컵에 입고 나갈 유니폼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붉은색(홈)과 흰색(원정)과 같은 차분한 단색으로 했다. 서드 유니폼은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향한 애도의 뜻을 담아 검은색으로 결정했다. 덴마크 대표팀 유니폼 제작사인 험멜은 덴마크 유니폼에 자사 로고를 최대한 희미하게 새겨 넣으면서 “카타르 월드컵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덴마크는 월드컵 기간에 대표팀 선수들의 가족이나 연인의 방문을 취소키로 했다.

포르투갈의 핵심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경기장 건설 중 사망한 노동자들에 대해 알고 있다. 나는 축구가 모두를 위한 것이 되기를 원한다. 이런 일은 절대 발생하면 안 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카타르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탄압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카타르는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카타르는 월드컵 기간에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지만,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는 칼리드 살만 카타르 월드컵 대사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네덜란드, 영국, 웨일스 등 유럽 일부 국가는 이번 월드컵 기간 내 선수단 주장이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뜻이 담긴 무지개색 하트 문양이 담긴 완장을 차기로 하면서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FIFA는 지난 4일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국에 “축구는 이념적,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라는 문구가 담긴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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