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마음은 있나?”...여가부 폐지 논란에도 예산안 심사

“일할 마음은 있나?”...여가부 폐지 논란에도 예산안 심사

여가부 소관 내년도 예산 1조5505억
野 “부처 없애겠다는 분에게 질의 맞는건지”
여가부 폐지되면…예산 소관 부처 이관

기사승인 2022-11-15 15:31:45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쿠키뉴스 자료사진

여성가족부가 부처 폐지 논란 속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갔다. 조직 개편안 논의가 더뎌지면서 여가부 예산안의 향방도 불투명한 모양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성가족부 예산안을 심사했다. 2023년도 여가부 소관 예산안은 총 1조5505억원이다. 올해 예산 대비 5.8%인 855억원 증가했다. 정부 지출 대비 약 0.24% 수준이다. 

각 분야별로 △여성정책 1090억3900만원(2022년 추가경정예산 대비 3.6% 증가) △청소년정책 2371억 6600만원(12.7% 감소) △가족정책 1조250억4400만원(13.1% 증가) △권익증진 1371억 8300만원(1.6% 증가) △행정지원 420억8000만원(9.2% 감소) 등으로 편성됐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은 한부모가족, 위기청소년 등 취약계층 지원 강화,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확대를 통한 자녀 양육 부담 완화, 스토킹 피해자 등 폭력피해자 지원 강화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부처 폐지가 추진되는 마당에 예산안 심사를 해야 하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처를 없애겠다, 내년도 장관직을 하지 않겠다는 분에게 질의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하며 질의를 드린다”면서 “여가부 예산안을 보니 일할 마음이 없는 예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위 의원은 “밑돌 빼서 윗돌 괴는 예산”이라며 “여성·가족·성평등 정책, 아동 정책, 청소년 정책을 포기하고 가족 정책으로 바꿔놨다”고 질타했다. 이어 “사실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런 정책을 버리기 위해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쏘아붙였다.

여가부 예산이 중앙정부 사업 일반회계에서는 크게 줄고, 지방정부에서 편성하는 예산인 균형특별회계에서 증액됐다는 점도 비판했다. 위 의원은 “자동 배정 예산만 늘고 일반회계 예산은 232억원으로 줄어들 동안 장관은 무엇을 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은 “사업이 지방으로 많이 이양됐고, (일반회계 감액과) 거의 비슷한 액수로 늘었다”며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포함하면 총액 5.8%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2023년 예산을 보면 신규사업이나 변화된 사업이 없고 계속사업”이라며 “여가부를 폐지할 정도로 본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예산이 있는지 점검했는데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볼 때는 여가부 폐지란 프레임에 갇혀서 내용은 2022년 사업이나 2023년 사업이나 큰 차이가 없다. 중점 방향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 차이가 없다”면서 “제대로 되려면 (기능을 강화한) 부처 신설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사업’ 관련 예산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가부의 ‘2023년도 디지털 성범죄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사업 예산안’에는 디지털 성범죄 인식개선 홍보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2021년과 2022년엔 1억600만원이 배정된 사업이었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윤 대통령의 공약이다. 그런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전국 확대는 국정과제에도 빠져있고, 2023년도 예산안에도 관련 예산 확대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의 공약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예방 교육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예산을 감액한다는 것은 내년에 그 사업을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인식 개선 홍보 예산 다 없애놓고 지속적 인식 개선이 가능하겠나”라고 따져물었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여야 설전도 벌어졌다. 야당은 여가부 폐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여가부를 아무리 해체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동의 안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반면 여당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로 이관해야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여성과 가족 예산이 곳곳에 혼재돼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됐던 부분이 여성과 가족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여성과 가족을 뺀 정책과 사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가부의 발전적 해체를 얘기하면서 복지부 인구정책실과 통합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만들면 1조5000억원의 예산이 30조원이 된다고 말씀드렸고, 500만명이 넘는 여성 어르신에게도 양성 평등의 관점에서 여러 정책 수혜를 드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와 여당이 여가부 폐지를 위해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조직개편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거대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탓이다.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 반대를 당론으로 공식화했다. 

야당의 반대를 뚫고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2023년도 편성 예산은 소관 부처로 이관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15일 쿠키뉴스에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 예산은 고용노동부로 일부 이관되고 나머지는 보건복지부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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