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헌정사상 최초 ‘준예산’ 편성하나…“고질적인 정쟁”

與·野, 헌정사상 최초 ‘준예산’ 편성하나…“고질적인 정쟁”

박상철 “쪽지예산 등 관행 바꿔야”
최요한 “미래와 민생 사이에서 머리 맞대야”
예산안 심사 부결시 ‘준예산’ 될 수 있어

기사승인 2022-11-16 16:28:43
국회의사당.   사진=임형택 기자

윤석열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예산이 건전재정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전 정부의 부채비율을 꺼내 들었다.

1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각 상임위에서 윤석열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을 대폭 수정했다. 국민의힘은 115석으로 민주당 169석에 비해 의석이 턱없이 부족해 예산안 삭감과 증액을 막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긴축재정을 기조의 예산이지만 모순 그 자체라고 혹평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민주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실 입맛에 맞는 예산은 긴축 규제와 무관하게 흥청망청 편성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정부의 예산안과 성격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산안 평가에 대해 과거의 반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5일 논평을 내고 “나라의 재정건정성을 악화시킨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에 대해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반성이 없다”며 “660조 2000억원이었던 국가 채무는 1075조 7000억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기간 중 국가채무 증가율은 62.9%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34.8%에 비해 28.1%포인트가 증가했다”며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도 예산안을 두고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예산안 의결 법정 시한이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다수석을 가진 민주당이 정부안을 부결시킬 경우 정부는 새로운 예산안을 작성해야 한다. 

부결되면 헌정사상 최초로 준예산이 편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준예산의 근거는 헌법 제54조 3항으로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정부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다음 목적의 경비는 전년도 예산에 따라 집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규정된 목적은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관·시설의 유지와 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이다.

전문가는 ‘준예산’ 제도에 대해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예산안 통과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질적인 정쟁과 국회의 타성이라고 질타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과거에는 정부의 역할이 커 예산이 집행되지 않으면 국가가 정지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며 “현재는 민간이 더 커져서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준예산은 국가 정지를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은 정쟁화의 대상이 아니다. 통합정치와 협치가 없으면 예산은 볼모가 된다”며 “국회의 역할 중 법률을 입법하는 것 다음으로 예산 심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쪽지예산이라고 해서 지역 예산을 쓰는 데 급급하다”며 “예산과 관련된 국회의 여러 가지 타성이나 잘못된 파행을 고쳐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전문가는 심각한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여야가 미래를 준비할지 민생경제를 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산안의 시각이 다른 만큼 ‘영수회담’을 통해 이견을 좁히는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요한 평론가는 16일 “나라 살림을 두고 양측의 시각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면 원칙적으로 책임이 더 큰 쪽에서 양보해야 한다”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국회 결정의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줄이고 깎아서 미래를 대비하는 게 옳은 것인지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에 허덕이는 민생을 위해서 민생 경제를 챙길지 고민해야 한다”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영수회담 등을 통해 예산안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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