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토벤’, 인간이 인간에게 구원받는 이야기”

“뮤지컬 ‘베토벤’, 인간이 인간에게 구원받는 이야기”

기사승인 2022-11-18 00:00:02
뮤지컬 ‘베토벤’ 예고 이미지. EMK뮤지컬컴퍼니 유튜브 캡처

루드비히 반 베토벤. 독일이 낳은 음악의 성자. 귀족에게 속박되지 않은 최초의 독립 음악가. 청력을 잃은 뒤에도 끊임없이 음악을 창조한 불굴의 작곡가. 그가 뮤지컬로 되살아나 관객을 만난다. 내년 1월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토벤’을 통해서다.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 등을 만든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는 11년 전 베토벤을 주목했다. 둘은 50여년 간 함께 일하며 여러 인기 뮤지컬을 탄생시킨 영혼의 동반자다. 두 뮤지컬 거장은 7년 전부터 EMK뮤지컬컴퍼니와 손잡고 베토벤이 주인공인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왜 베토벤이었을까. 16일 서울 도곡동 EMK뮤지컬컴퍼니에서 만난 쿤체와 르베이는 “외롭고 상처가 많은 영혼이 다른 사람에게 구원받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곡가 실베스타 르베이(왼쪽), 극작가 미하엘 쿤체. EMK뮤지컬컴퍼니

이야기는 베토벤이 40대 초반이었던 1810~1812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베토벤은 아버지와 불화한 유년기, 추하다며 소외당한 사춘기를 보내며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다고 한다. 이런 그의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이름은 안토니 브렌타노. 쿤체는 안토니를 “베토벤의 영혼을 본 사람”이라고 여겼다. “베토벤은 청력을 잃는 위기에도 안토니에게서 새롭게 힘을 얻었고, 이를 통해 계속 음악을 만들었다”며 “이 시기부터 베토벤이 박수갈채를 받기 위한 음악이 아닌 내면에서 진실로 샘솟는 음악에 집중했다. 그 점을 중요하게 봤다”고 설명했다.

둘의 사랑이 절절한 이유는 또 있다. 안토니는 베토벤을 만날 당시 이미 결혼한 몸이었다. 쿤체는 “도덕을 중요시하던 베토벤이 사랑에 빠진 뒤 제약과 경계 없이 감정을 표출하는 등 급격히 변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베토벤은 생전 안토니 말고도 여러 여인과 사랑을 나눴다. 그가 연서에서 ‘불멸의 연인’이라고 언급한 이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쿤체와 르베이는 베토벤이 연서를 쓴 시기와 당시 머무른 장소 등을 고려해 안토니를 불멸의 연인으로 설정했다.

작품에 들어가는 30여개 곡은 모두 베토벤이 쓴 음악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앞서 데모 버전으로 공개된 베토벤 솔로곡 ‘사랑은 잔인해’는 비창 소나타, 안토니 솔로곡 ‘매직 문’은 월광 소나타를 따왔다. 당대 음악가들이 ‘무도의 신화’라고 표현한 7번 교향곡, ‘운명’이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5번 교향곡도 뮤지컬에 녹아들었다. 르베이는 “베토벤의 음악엔 그의 영혼과 감정이 담겼다. 그에게 이입하려면 원곡을 써야 했다”며 “음악이 유치해지지 않도록 진정성을 담아 작업했다. 베토벤이 하늘에서 미소 지으며 이 음악을 감상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베토벤 캐릭터 포스터. EMK뮤지컬컴퍼니

베토벤 역에 캐스팅된 배우 박효신, 박은태, 카이는 쿤체·르베이 콤비와 연이 각별하다. 박효신과 박은태는 뮤지컬 ‘엘리자벳’과 ‘모차르트!’로, 카이는 ‘레베카’로 두 거장과 호흡을 맞췄다. 르베이는 “최고의 베토벤을 보여줄 배우들”이라고 칭찬했다. “세 사람은 물론, 안토니를 연기하는 조정은, 옥주현, 윤공주 등 모두 천재적인 보컬 실력을 갖췄습니다. ‘베토벤’의 넘버를 소화하려면 음악 스펙트럼이 넓어야 하는데요. 한국 배우들은 굉장히 편안하게 이 음악을 소화합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귀한 재능입니다.”

티켓은 R석 기준 17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베토벤’은 티켓 판매를 시작한 뒤 각 예매처에서 예매율 1위를 석권했다”며 “2000석 넘는 공연장을 순식간에 매진시켰다”고 설명했다. 쿤체와 르베이는 “한국 관객은 베토벤을 편견 없이 받아줄 것”이라고 소망했다. 유럽에서 베토벤은 전설로 통한다. 그를 현대로 소환하는 작업이 금기시될 정도다. 쿤체와 르베이가 한국에서 ‘베토벤’을 선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 관객이라면 베토벤을 고독한 인간으로 느끼며 공감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사랑 이야기지만 흔한 멜로는 아닙니다. 우리는 더 깊은 얘기를 하고 싶어요. 상처받은 영혼이 다른 사람에게 구원받는 이야기 말이죠. 베토벤을 깊이 들여다본 후로,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외로운 사람의 절규가 들리는 것 같아요.”(쿤체) “‘베토벤’ 넘버 작곡은 베토벤이 음 하나하나에 담은 영혼의 메시지를 탐색하고 끌어내는 작업이었습니다. 베토벤은 늘 제 안에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그의 음악에 더 깊게 연결된 느낌이 듭니다.”(르베이)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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