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과대평가’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기우였다. 액션과 아트워크, 레벨 디자인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기대이상’의 명작이었다.
네오위즈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지스타 2022’에서 소울라이크 액션 게임 ‘P의 거짓’ 시연대를 마련했다.
P의 거짓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진행된 게임스컴에 출품돼 한국 게임 최초로 3관왕에 오른 작품이다.
2022 게임스컴 최고 기대작으로 선정된 게임이 지스타 현장에 등장했다는 소식에 많은 네오위즈 부스가 있는 벡스코 제 2전시관은 북새통을 이뤘다.
‘데몬즈 소울’, ‘다크소울 시리즈’ 등으로 대표되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핵심은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퍼붓는 강력한 몬스터와의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파훼법을 찾게 된다. 높은 난이도로 진입장벽은 매우 높지만, 확실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게임에서 느껴지는 어려움이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르 본연의 재미를 위해 기본 난이도가 높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극복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플레이어의 마음이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30분 정도 게임을 해본 결과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른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정면에 있는 몬스터를 공격하다 기습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고, 높은 곳에서는 적의 공격으로 인한 낙사도 잦았다. 의도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악랄한 장애물 배치에 초반에는 계속해서 죽음을 맞았지만, 시연 종료 5분 전에는 자연스레 패턴을 숙지할 수 있었다.
앞서 P의 거짓은 프롬소프트웨어의 소울라이크 게임 ‘블러드 본’을 모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많은 게이머들은 19세기 근대 유럽의 양식의 건물, 산업혁명 시대를 연상시키는 스팀펑크풍의 가상의 판타지 세계관 등 두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유사하다는 지적을 남겼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 한 P의 거짓은 개성 넘치는 작품이었다.
P의 거짓의 메인 디렉터인 최지원 PD는 지스타 현장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의 소울라이크 게임과의 차별화된 액션 기반의 전투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투박하지만 묵직한 공격이 주가 되는 기성 소울라이크 게임과 달리 P의 거짓의 액션은 매우 스타일리시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거리와 스태미나를 세심하게 컨트롤하면서 전투하는 부분은 동일하지만, ‘와이어’를 이용한 접근 공격과 무기의 고유 스킬이 적용된 ‘페이블 아츠’를 사용하면 더욱 생동감 있는 액션을 체험할 수 있다.
19세기 산업이 극도로 발전된 프랑스의 ‘벨에포크’ 시대를 기반으로 한 아트 디자인도 매우 인상적이다. 기술 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과학지상주의가 대세를 이루던 벨에포크 시대는 자동차, 철도, 비행선 등 현대인의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물이 대거 개발된 시기다. P의 거짓은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뒤틀어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로 탈바꿈한 디스토피아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계화 인형 몬스터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데, 의도적으로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유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30분의 짧은 체험이었지만, 소울라이크 게임으로서 P의 거짓의 기본기가 매우 탄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 현재와 같은 수준의 만듦새를 유지할 수 있다면, 2023년 연말 개최되는 ‘더 게임 어워드’, ‘BAFTA’,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등의 글로벌 게임 시상식에서 P의 거짓을 만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