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림·김민선의 금메달…한국 빙상에 새로운 꽃이 폈다

김예림·김민선의 금메달…한국 빙상에 새로운 꽃이 폈다

기사승인 2022-11-21 16:45:37
2022~2023 ISU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예림.   올댓스포츠

‘빙상 여제’들의 뒤를 이을 후계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 세계를 홀린 ‘피겨 여왕’ 김연아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단거리 최강자로 군림한 ‘빙속 여제’ 이상화는 한국 빙상의 위상을 높인 대표적인 스타들로 꼽힌다.

두 선수가 은퇴를 한 이후 한국 빙상은 다소 침체기에 빠졌지만, 후계자로 지목된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피겨 스케이팅의 김예림은 김연아 시대 이후 새 역사를 썼다. 

김예림은 지난 19일 일본 홋카이도현 삿포로의 마코마나이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NHK 트로피)’에서 쇼트 프로그램 72.22점, 프리 스케이팅 132.27점을 합해 총점 204.49점으로 1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남녀를 통틀어 2009년 11월 2009~2010시즌 그랑프리 5차 대회의 김연아 이후 약 13년 만이다.

김예림은 ‘김연아 키즈’라고 불리던 유영, 임은수에 비해 덜 주목 받았다. 동료들이 먼저 입상하며 이름을 알릴 때 김예림은 부상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악재로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예림이 두각을 드러낸 건 지난 2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9위를 차지하며 톱 10에 랭크했다. 경기가 끝난 뒤 털털한 모습을 자아내 ‘피겨 장군’으로 불리기도 했다.

올림픽에서 성과를 낸 김예림은 그랑프리에서 기세를 이어갔다. 이달 초 프랑스 당제에서 열린 ISU 시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총점 194.76점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생애 첫 그랑프리 입상에 성공한 김예림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까지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3차 대회와 5차 대회에서 호성적을 올린 그는 남은 6차 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던 선수들 중 가장 발전 속도가 느렸지만, 가장 먼저 그랑프리 금메달과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의 성과를 일궈냈다. 김예림은 이번에 우승을 차지하고 소속사 올댓스포츠를 통해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게 돼 무척 기쁘다. 파이널에서는 오늘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 더 완벽한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2022~2023 ISU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민선.   EPA 연합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김민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김민선은 일찌감치 이상화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2017년 ‘폴 클래식 2017’ 주니어 여자 500m에서 37초70을 기록, 2007년 이상화가 기록한 37초81의 기록에 0.11초를 앞당기며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김민선의 성장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상화가 은퇴한 뒤 국내 무대에서는 최강자 자리를 꿰찼지만, 국제대회에서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ISU 월드컵 대회에서도 디비전A(1부리그)와 디비전B(2부리그)를 오갔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도 부진의 주원인이었다.

변환점은 올림픽 무대였다. 김민선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7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 3월에 열린 2021~2022시즌 월드컵 파이널에서 동메달(37초587)을 따내며 시니어 무대 첫 입상에 성공했다.

비시즌에 중장거리 훈련으로 지구력을 키운 김민선은 올 시즌 재능을 꽃피웠다.

지난 12일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22~2023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 37초553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선수가 ISU 월드컵 대회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15~2016시즌 월드컵 4차 대회 이상화 이후 약 7년 만의 일이었다. 1000m 무대에서도 1분15초82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500m 부문에서 37초21의 성적으로 다시 우승했다. 1주일 전 1차 대회 기록 보다 0.343초를 당겼다. 김민선은 월드컵 포인트 120점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했다.

지난 2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한국 빙상계는 ‘세대교체’라는 숙제를 안았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빠르게 세계무대를 상대로 가능성을 비치면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의 전망을 밝게 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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