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사고 칠 것 같았던 ‘형사록’, 예사롭지 않았어요” [쿠키인터뷰]

이성민 “사고 칠 것 같았던 ‘형사록’, 예사롭지 않았어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1-23 04:00:02
배우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힘겹게도 달린다. 디즈니+ ‘형사록’은 범인을 잡으려고 죽자고 달리는 형사 김택록(이성민)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택록을 뛰게 하는 건 퇴직이 후 받을 연금이다. 퇴직하면 다시는 안 뛴다고 결심하며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달리는 택록을 보고 있으면 응원하는 마음이 절로 샘솟는다.

지난 15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성민은 건강을 걱정하는 질문에 오히려 건강이 좋아졌다며 웃었다.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촬영하며 많이 뛴 덕분이다. 매번 운동해야 한다고 했던 의사도 “어떻게 이렇게 좋아졌지”라며 신기해했다.

이성민에게 ‘형사록’에 출연한 이유를 묻자 몇 가지 답이 돌아왔다. 좋은 대본과 한동화 감독과의 작업, 지난 과거를 끄집어내는 이야기 구조. 그중 가장 인상 깊이 남은 건 ‘형사록’을 준비하기 위해 처음 만난 작가와 감독, 관계자들에게 깃든 의지였다. 이성민은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작가, 감독, 관계자들의 의지가 정말 좋았다”라며 처음 만난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뭐랄까. 그분들 표정이 결연했어요. 감독님도 예사롭지 않았고요. 이 사람들이 사고 칠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오랜 기간 준비한 프로젝트라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미 한동화 감독님 프로필을 봤지만 ‘형사록’을 통해 새로운 걸 해내겠다는 신뢰가 처음 만났을 때 들었어요. 실제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셨고요. 그래서 하기로 했어요.”

디즈니+ ‘형사록’ 스틸컷

이성민이 처음 들은 제목은 ‘형사록’이 아니었다. ‘늙은 형사’가 초기 제목이었다. 1968년생인 이성민보다 은퇴를 앞둔 택록이 한두 살 더 많은 설정이다. 어떻게 하면 늙음을 표현할지 고민했다. 택록의 외모는 그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다. 고집스러운 모습을 표현하려고 짧은 직모 스타일을 유지했고, 트라우마가 생긴 후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올드한 스타일의 큰 옷을 선택했다. 촬영 전 사무실에서 한준화 감독을 만나 준비하는 과정도 거쳤다.

“감독님과 만나서 대본을 넘기며 며칠 동안 전체 대본을 정리했어요. 감독님이 ‘형사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됐죠. 작품 베이스가 되는 큰 이야기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감독님을 신뢰하게 됐어요. 촬영하면서 감독님이 계산을 많이 하고 왔다는 걸 느꼈어요. 감독님이 드라마 연출이 아닌 촬영부터 시작하셔서 그런지 앵글과 콘티 이해도가 높으셨거든요. 완성된 ‘형사록’을 보고 감독님이 후반작업도 많이 신경 썼다고 느꼈어요. 공개되자마자 감독님에게 ‘작품 좋고 편집, 음악, 조명, 촬영 다 기가 막혔다’고 얘기했어요.”

‘형사록’에서만 사전 대본 작업을 한 게 아니다. 촬영 현장에선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하기 어렵고, 대본 얘기를 나누느라 시간을 뺏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해서다. 미리 대본을 같이 읽으며 자연스럽게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다. 다른 배우들도 함께 참석할 때가 있다. 이성민은 “‘형사록’은 저와 다른 배우들, 감독님, 작가님, 제작사 모두 준비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촬영한 배우 진구, 경수진, 이학주 등과 연기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진구는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노련함, 경수진은 액션을 할 때 자세와 힘을 매력으로 꼽았다. 이학주는 “지금 시대에 맞는, 젊은이에게 최적화된 연기를 하는 배우”라며 묘한 리얼리티를 잘 구사하는 점을 칭찬했다.

배우 이성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촬영할 때 가장 불필요한 게 선후배, 형 동생 관계라고 생각해요. 경계를 허물고 싶어서 진심으로 친해지려고 해요. 허물없이 지내려 하고요. 후배들이 저와 작업할 때는 가벼운 장면이든, 무거운 장면이든 하고 싶은 충동대로 연기했으면 해요. 그렇게 연기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나이 많은 어른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소년심판’에 이어 벌써 두 번째 OTT 드라마다. 최근 영화 ‘리멤버’로 극장 관객을 만났고, JTBC ‘재벌집 막내아들’로 TV 앞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면서도, 특히 영화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OTT 플랫폼이 크게 성장하며 환경이 많이 달라졌기 떄문이다.

“‘리멤버’ 개봉 후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할까, 관객들은 극장에서 뭘 보고 싶은가에 대해서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OTT 영향력이 커졌고, 지상파 드라마 퀄리티도 많이 좋아졌어요. 영화와 드라마 사이에 스태프 경계도 허물어졌고, 관객들 눈높이도 많이 올라갔다고 하고요. 혼란스러워요. 무슨 얘길 해야 관객들이 돈을 내고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볼까 하는 고민을 지금도 해요. 개인적으로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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