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 출간돼 150년 넘게 사랑받은 어린이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체셔 고양이는 시종 입을 길게 늘여 기이하게 웃고 있다. 불쑥 나타났다가 천천히 사라지고, 존재하는 듯 희미한 모순적인 존재.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5인조 그룹 있지(ITZY)는 체셔 고양이를 신보 얼굴로 내세웠다. 오는 30일 공개하는 여섯 번째 미니음반 ‘체셔’(CHESHIRE)다. 25일 서울 여의도동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에서 만난 있지는 “알쏭달쏭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려고 체셔 고양이를 콘셉트로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맞고 틀린 게 어딨지”
있지는 천방지축 알 수 없는 체셔 고양이를 통해 ‘틀린 선택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음반과 제목이 같은 타이틀곡 ‘체셔’는 이런 응원이 가장 두드러진 곡이다. 흥겨운 피아노 연주 위로 멤버들은 “맞고 틀린 게 어딨지”라며 “체셔처럼 잇츠 올 라잇(It’s all right·모두 괜찮아)”이라고 흥얼거린다. 예지는 “수많은 물음과 고민에 정해진 답은 없으니 자신의 느낌을 믿어보자고 말하는 노래”라며 “있지가 항상 추구했던 자기 믿음을 이어가되 이를 색다른 분위기로 풀어냈다”고 귀띔했다. 이밖에도 음반에는 있지가 지난달 먼저 공개한 영어곡 ‘보이즈 라이크 유’(Boy Like You) 등 3곡이 더 실린다. 있지의 미니 5집 타이틀곡 ‘스니커즈’를 만든 스웨덴 작곡가 디트릭 토트·세바스티안 토트 등이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류진, 인간화된 고양이”
이날 미리 본 ‘체셔’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긴 야광 손톱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 손가락으로 초승달을 그린다. 쳇셔 고양이의 미소를 표현한 안무다. 류진은 “평소 팬들이 우리에게 ‘다르게 생긴 다섯 고양이’라고 부르신다. 그만큼 멤버 모두 체셔 고양이 콘셉트와 잘 어울린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아는 “재킷 사진과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류진을 보며 고양이를 인간화한 느낌을 받았다”며 웃었다. 있지는 30일 일본 교세라돔 오사카에서 열리는 마마 어워즈(MAMA AWARDS)에서 ‘체셔’ 무대를 최초 공개한다. 컴백 활동을 마친 뒤에는 마닐라로 넘어가 아시아 투어의 막을 올린다.
“나를 믿으며 이 자리까지 왔다”
멤버 모두 2000년대생인 있지는 ‘Z세대 워너비’로 통한다. ‘달라달라’ ‘워너비’ 등 당당하고 주체적인 태도를 강조한 노래로 자기 혐오에 시달리는 Z세대를 응원한 덕분이다. 멤버들은 “활동하며 나와 멤버들을 더욱 믿게 됐다”고 했다. 예지는 “가끔은 ‘내가 가수라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든다. 그때마다 나를 믿으며 나아간 덕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그래서 ‘체셔’ 가사에 더욱 공감 간다”고 털어놨다. 리아 역시 “활동을 시작할 때마다 ‘이번 노래 잘할 수 있을까, 잘 될까’라는 걱정이 든다. 그래도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면 그 경험에서 얻는 게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멤버들의 노력은 통했다. 있지가 지난 7월 발매한 미니 5집은 미국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에 8위로 올랐다. 지난달 시작해 최근 막 내린 미국 투어는 매진을 기록했다. 리아와 예지는 “그동안 있지만의 색깔을 잘 만들어온 것 같다”면서 “오래 기억되는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