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걱정에 밤에 잠도 못 잡니다”
지난해 4억원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매매한 30대 직장인 A씨는 이자 납부일이 다가올수록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3%대 중반이던 이자가 최근 6% 중반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며 연내 금리 8% 돌파를 눈앞에 둬 A씨를 비롯한 영끌족들의 한숨은 늘어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로 4억원을(만기 30년) 연이자율 8%시 원금 포함 월 약 293만원 가량을 갚아야 한다. 이는 지난해 3%대 금리 166만원 대비 79% 급증한 수준이다. 고금리에 대한 부담에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춰 영끌족들은 부동산 거래도 어려워 ‘하우스푸어’ 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내년에도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9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시장 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높은 아파트 가격과 고금리에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44만9967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49.7%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58.5%, 서울 55.1%, 지방 41.5% 감소했다.
아파트가격도 급속도로 하락하며 매매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인천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송도의 일부 중대형 매물은 1년 만에 7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거래절벽에 일부 급급매(다주택자가 집값 안정을 위해 부동산에 급하게 집을 내놓으며 처분하는 경우)로 거래되며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매수자들이 집값 안정화 기대에 거래에 나서지 않자 미분양 물량이 폭발적으로 쌓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7217호로 전월(94만1604호) 대비 13.5% 증가했다. 전국적 미분양 사태에도 이달 연내 최대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정됐다. 이달 내 전국에 46개 단지, 3만6603세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도 금리, 원자재 값, 인건비 상승이 예상돼 건설사들이 서둘러 분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가계부채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는 9170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41% 증가했다. 금융부채와 임대보증금을 더한 총 부채가 9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시행한 이래 처음이다. 특히 29세 이하(15세 이상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은 가구 빚이 전년 동기 대비 41.2% 급증했다. 집값 상승세에 전세보증금을 끼고 신용대출을 받아 내 집마련에 나선 20대 이하가 늘어난 여파로 분석됐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다소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함영진 직방 실장은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영끌족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부동산 시장 정점에 매입한 경우가 많아 당장 처분한다면 손해가 클 것”이라며 “처분을 할 것이 아니라면 ‘정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거나 원금을 상환하는 방법을 통해 이자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방준비위원회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언급하면서도 최종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시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을 위해 한동안 제약적인 수준의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내년은 지난 9월 예상한 것보다 약간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NP 파리바 윤지호 이코노미스트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통제하기 위해 통화 정책이 내년까지 제한적인 영역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2024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출금리가 3.5%까지 상승한 이후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JP모건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3.5%에서 멈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영본부장은 “정책 전환(피벗)은 시기 상조”라며 “한은이 인플레이션 추세가 목표치 주변에서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중립 이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