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종서가 단독 콘서트로 돌아온다. 공연 제목은 ‘비-컷(B-Cut)’. 오는 9~10일 양일간 서울 신사동 윤당아트홀에서 직접 찍은 사진전과 콘서트를 함께 연다.
김종서는 지난 1995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최초의 록 가수다. 수많은 공연 경험이 있지만, 사진전과 공연을 함께 여는 건 처음이다. 가수 김장훈이 공연 연출도 맡았다. 최근 서울 신사동 볼륨LP바에서 만난 김종서는 “공연 규모는 300석 정도”라며 “팬들이 제일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게스트도 부르지 않고 혼자 1시간30분 정도 공연을 이끌 계획이다.
“이틀 동안 공연하는 건 저도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제가 공연을 너무 안 했잖아요. 팬들에겐 직무유기죠. 여러 이유가 있지만, 시작을 잘하고 싶었어요. 쫓기듯이 공연하는 게 아니고, 공 들여서 잘 준비하고 싶었어요. 김장훈씨가 공연 연출로 유명하잖아요. 이번엔 소극장 공연이지만, 앞으로 중극장과 대극장에서 김종서 쇼를 하려고 처음에 장훈씨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장훈씨가 도와주면서 더 재밌는 구성을 만들고, 조명도 다를 거 같아요. 지금까지 공연을 그렇게 구상한 적이 없거든요. 음악 편곡도 더 라이브에 맞게 하고 있고요. 하다 보니 새로운 재미를 느꼈어요. 음악이 더 재밌어진 것 같아요.”
록 콘서트와 사진 전시가 하나로 묶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콘서트 제목인 ‘비-컷’도 사진전을 의식한 제목에 가깝다. 직접 찍은 사진 중 고르고 골라 250여장을 전시회 측에 전달했다. 선별한 50장 정도의 사진이 관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 전시회는 프리쇼 개념이에요. 공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시회를 보는 거죠. 지금까지 가수들이 이렇게 사진전과 공연을 같이 하는 경우는 없었대요. 김장훈씨도 그 지점에 가치를 둔 것 같아요. 시작은 좀 미약하더라도, 이번 전시회를 시작으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괜찮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들어보니 사진전을 이렇게 짧게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따로 전시만 옮겨서 한 번 더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는 얘기도 나왔어요.”
사진을 처음 시작한 건 정방형 카메라인 롤라이플렉스에 입문하면서다. 이후 점점 다른 종류 카메라를 접하며 범위를 넓혔다. 막연하게 일상을 기록하던 사진에 점점 의미가 생겼다.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려고 운전하면서도 항상 카메라를 곁에 뒀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사진을 찍었지’란 생각도 했다. 평소엔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 그 안에 담긴 빛과 어둠을 찍으려 한다.
“사진을 시작한 지 15년 정도 됐어요. 사진에도 음악을 하는 것만큼 매력이 있더라고요. 처음엔 제 헛헛한 마음을 채우려고 시작했지만, 나중엔 사진이 가진 정서와 위대함에 빠지게 됏어요. 진짜 제 마음이 투영될 때가 많아요. 이전엔 지나치던 풍경도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집중력이 생기고 프레임에 담으면서 새로운 시선이 생긴 거죠. 작가로서 찍기 시작한 건 아니었고, 취미 생활로 하면서 더 깊게 가보자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음악 하는 김종서가 이런 것도 한다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종서는 종종 사람들에게 “요즘은 음악 안 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김종서가 잠시 활동을 중단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새 앨범이 반응을 얻지 못하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주변 가수들이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한 새 음악이 잘 알려지지 않는 모습도 봤다. 하지만 김종서는 “안 하면 평생 못할 것 같다”라며 “하고 싶은 거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새 싱글 발표 계획도 있다. 밴드 비틀즈를 오마주해서 기타, 베이스, 드럼, 아날로그 신스 사운드만 들어간 발라드 곡이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제가 발표한 1집부터 쭉 들어봤어요. 옛날에 진짜 열심히 활동했구나, 굉장히 빛나던 시기가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이번 공연이 움츠린 나 자신을 일으키는 계기, 내년에 다시 외향적으로 활동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성격은 내성적이지만, 사실 에너지 있는 외향적인 활동을 좋아하거든요. ‘김종서는 제일 잘하는 게 공연이야’라는 말 듣고 싶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