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이러다 멸망”…세브란스마저 지원 ‘0명’

“소아청소년과 이러다 멸망”…세브란스마저 지원 ‘0명’

2023년도 전공의 지원율 16.6%…역대 최저
저수가, 저출산으로 기피과 된 지 오래
복지부 필수의료 대책 내놨지만…“시늉만”

기사승인 2022-12-10 09:00:13
서울 한 병원에서 어린이가 독감 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필수의료 중 하나인 소아청소년과가 위태롭다. 2023년도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지원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전국 수련병원 65곳은 지난 7일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했다. 소청과의 경우 전국 전공의 지원 199명 중 33명만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의 지원율은 16.6%로 20%선도 무너졌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매년 감소추세다. 

이른바 ‘빅5 병원’에서도 정원 미달이 속출했다. 먼저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소청과는 정원 11명 중 지원자는 0명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은 모집인원 6명 중 3명이 지원해 경쟁률 0.5를 기록했다. 서울대병원은 정원 14명 중 지원자 10명으로 경쟁률 0.7로 마감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정원 13명 중 지원자가 1명이었다. 서울아산병원만 간신히 경쟁률 1을 넘겼다. 정원 8명 중 지원 인원은 10명으로 경쟁률 1.3으로 집계됐다.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과목별 지원 현황.

소청과 지원 미달은 지방 대학병원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립대 병원 가운데 충북대학교병원과 전북대학교병원은 지원자가 1명씩 있었지만 나머지 강원대학교병원, 제주대학교병원, 충남대학교병원, 경북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병원, 울산대학교병원, 경상국립대학교병원 8곳에는 지원자가 아무도 없었다.

소청과는 저출산과 만성적 저수가로 기피과가 된 지 오래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근무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은 서울 12.5%, 지방 20%로 갈수록 늘어나는 중이다. 같은 질환이라도 성인이 아닌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다루는 과이기 때문에 의사들의 업무 강도가 타 과보다 더 높다. 소청과에서는 2022년도부터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조정하는 등 자구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8일 성명을 통해 “인구 17%인 소아청소년의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소청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고난이도, 중환진료와 응급진료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환자 안전과 사회 안전망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이라며 “특히 전국 2, 3차 전공의 수련병원의 최악의 인력위기로 진료체계 붕괴와 진료 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에 지난 2019년부터 대책안을 제시했지만 원론적인 계획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정책 실행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합니다.   사진=박효상 기자

의료계에서는 해결책으로 중증도 중심 2, 3차 진료 수가 인상과 소청과 전공의 수련 지원 장려 정책을 제시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저수가로 인한 2, 3차 수련병원의 소청과 적자와 전문인력 감소 및 병상 축소 운영 방지를 위해 기본 입원진료 수가의 100%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현재 흉부외과, 외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공의 임금지원과 전문간호사(PA) 보조인력 비용지원이 소청과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청과 지원 및 정책 시행 전담 부서 신설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날 복지부는 △중증 소아진료에 대한 사후 보상 시범사업 시행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확충 △달빛어린이병원(야간, 휴일에 소아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하지 않고도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정된 의료기관) 지원 강화 등 필수의료 대책을 내놨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에 대해 “시늉뿐인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임 회장은 “지금도 아이들이 진료를 못 받아서 길바닥에서 헤매고 있다”면서 “해결책은 아주 간단하다. 소청과를 해서 밥을 먹고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소아과 개원의가 얼마나 운영이 어렵냐면 한 달에 25만원을 집에 가져간다고 토로하는 지경이다. 적자로 운영이 어려워 지난 5년간 소청과 660여 곳이 폐업했다”며 “지금 이렇게 복지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그야말로 소청과 멸망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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