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랑루즈!’, 화려함이 전부는 아니에요” [쿠키인터뷰]

“‘물랑루즈!’, 화려함이 전부는 아니에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2-11 06:00:02
뮤지컬 ‘물랑루즈!’에서 사틴 역을 맡은 배우 아이비(왼쪽), 김지우. CJ ENM

배우 김지우는 뮤지컬 ‘물랑루즈!’ 오디션을 보기 전 우황청심원을 목에 넘겼다. 2006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무대 연기에 도전한 지 16년 만에 처음이었다. 오디션 공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지원서를 낸 것도 김지우였다. 그만큼 ‘물랑루즈!’가 간절했다. 최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우는 “3년 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물랑루즈!’를 보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공연에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물랑루즈!’ 합격이 “기적” 같기는 배우 아이비도 마찬가지였다. “20대 때 영화 ‘물랑 루즈’(감독 바즈 루어만)를 보고 충격받았다”던 그는 “이미 주인공으로 내정된 배우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오디션을 볼지 말지 고민했다. 보나 마나 떨어질 것 같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오디션을 봤다. ‘물랑루즈!’에 함께할 수 있다니 무척 행운”이라고 했다.

뮤지컬 경력만 도합 28년. 무대 연기에 잔뼈 굵은 두 배우가 ‘물랑루즈!’ 오디션을 앞두고 마음 졸인 이유는 따로 있다. 제작비만 395억 원에 달하는 대작인 데다, 2001년 개봉한 원작 영화가 워낙 널리 알려져서다. 뮤지컬로 각색돼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막을 올린 ‘물랑루즈!’는 지난해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연출상을 비롯해 의상·무대·조명디자인상 등 10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공연은 오는 2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시작한다. 아시아 최초 공연이다.

‘물랑루즈!’ 브로드웨이 공연 장면. CJ ENM

김지우와 아이비가 번갈아 연기하는 사틴은 물랑루즈 클럽에서 일하는 연극배우다. 자태가 어찌나 아름답고 화려한지 ‘빛나는 다이아몬드’라고 불린다. ‘물랑루즈!’는 사틴과 크리스티안의 사랑을 그린다. 영화 속 사틴(니콜 키드먼)은 단장 지들러(짐 브로드벤트)에 휘둘리고, 후원자 몬로스 공작(리차드 록스버그)에게 협박도 당한다. 뮤지컬은 다르다. 김지우와 아이비는 “사틴이 영화보다 강인한 캐릭터로 표현된다”고 했다. ‘산전수전을 겪은 사틴이 마냥 순진하고 천진할 순 없다’는 연출진 판단에 따른 결과다. 아이비는 “사틴은 재정 위기에 빠진 물랑루즈를 구하려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사틴의 연인 크리스티안 역은 배우 홍광호와 이충주가 맡는다. 정열적이고 순수한 작곡가로, 원작 영화에선 배우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했다. “(홍)광호 오빠에게 아이 같은 면이 많더라고요.”(김지우) “이충주씨는 크리스티안 맞춤 배우 같아요. 수많은 여성 관객이 그에게 열광할 겁니다.”(아이비) 몬로스 공작이 한층 매력적인 인물로 재탄생하며 셋의 삼각관계도 더욱 팽팽해졌다고 한다. 몬로스 공작 역엔 배우 손준호와 이창용이 함께 캐스팅됐다.

‘물랑루즈!’ 브로드웨이 공연 장면. CJ ENM

“오프닝부터 찢는다”(김지우)는 설명처럼 ‘물랑루즈!’는 화려하고 웅장하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초대형 코끼리 조형물과 거대한 풍차 세트 등 이야기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아이비는 “돈 냄새 물씬 나는 자본주의 뮤지컬”이라며 웃었다. 의상도 호화롭다. 작품에서 사틴이 갈아입는 옷만 16벌. 두 배우는 의상을 맞추러 지난 9월 호주까지 다녀왔다. 요즘도 리허설을 하며 끊임없이 의상을 고친다고 했다. 김지우는 “노출 많은 의상이지만 섬세하게 작업한 덕에 속은 보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겉모습만 화려한 뮤지컬은 아니다. 아이비는 “‘물랑루즈!’는 즐거움은 물론, 힐링과 감동도 주는 작품”이라고 자부했다. 김지우도 “쇼 요소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강렬하다”면서 “다른 배우들이 리허설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번 울컥했다”고 거들었다. 클럽을 지키려는 사틴의 분투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살얼음판을 걷던 공연계를 떠올리게 해서일까. 김지우는 “연습 도중 감정이 북받쳐 대사를 못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사랑이란 주제가 크게 와닿아요. 연인의 사랑에 국한되지 않는 사랑이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개개인이 떨어져 지내야 했잖아요. 동료들과 모여 뭔가를 만든다는 것 자체로도 감사하고 감동받았어요.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다시 한번 배웁니다.”(김지우) “내가 이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느껴져요. 리허설을 하면서도 감동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고요. 빨리 이 감동을 관객과 나누고 싶어요.”(아이비)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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