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는 걸음마 수준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은 아동 개인정보 보호법과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개인정보 보호법은 만 14세 이상 청소년을 성인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원칙이 없고, 개인정보 중심 기본설계를 반영한 연령대별 규율 체계도 미흡하다.
중앙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 7월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동·청소년 개인정보 권리 강화 활동이 본격화했다. 개인정보위는 그간 아동·청소년이 안전한 온라인 활동을 하도록 유도·지원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청소년 개인정보 보호 인식을 높이는 사업도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개인정보위는 15일 정부청사 별관에서 ‘청소년 개인정보 보호리더(청소년리더)’ 1기 해단 행사를 열고 참가 학생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청소년리더’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심이 많은 서울·경기 지역 중학생 10명, 고등학생 10명 등 15개 학교 학생 20명으로 구성된다. 청소년리더는 올해 7월부터 5개월간 개인정보 보호 맞춤 교육·현장 체험·진로 탐색·보호문화 확산 운동에 참여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다수(92.8%)가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지난해 시행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앱 설치 시 접근권한(23.3%)이나 처리방침(15.7%)을 생각하는 아동·청소년은 소수에 불과하다.
김진서(여·16·미사중)양은 “이전까진 잘 몰랐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을 알았다”라며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공공장소에 로그아웃 하기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 보호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김양은 이어 “개인정보보호 프로그램 목적에 맞는 다양한 활동들이 준비돼있어서 유익했고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영재(17·선린인터넷고)군은 평소 개인정보 보호를 실천하고 있던 중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남군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부터 보안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라며 “공공장소에서 계정 로그인을 할 때나 민감한 정보를 다룰 때 한 번 이용하고 나면 기록이 남으니까 유의하면서 잘 관리 한다. SNS를 할 때도 개인 민감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경험 못한 또래에게도 청소년리더 참여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백 번 듣는 게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두 리더는 ‘기업탐방’을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꼽았다. 그들은 또 체험 프로그램이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전했다. 청소년리더는 활동 기간 비대면 이론 학습 외에 네이버·카카오·넷마블·엔씨소프트·한국인터넷정보원(KISA) 판교 사이버보안 훈련장을 견학했다.
남군은 “카카오 CPO를 만났는데, 기업에선 각 담당자로 나뉘어서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막연히 몇몇 담당자가 관리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관리자가 많고 여러 시스템이 갖춰있다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김양은 “실무자를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좀 더 개인정보보호 주제가 와 닿았다”라며 “네이버에 들러 개인정보보호 시스템에 대해 들었는데, 보안을 위해 여러 사람이 일을 하는 걸 알고는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실무자에게서 전수한 생활 속 개인정보보호 팁도 전했다. SNS에 사진 등을 게재하기 전에 본인이나 주변 인물을 특정할 수 정보가 있는지 먼저 검토하기, 사소한 게시물로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주의하기 등이다.
두 리더는 앞으로 계획도 전했다. 남군은 “학교를 다니면서 정부 BoB(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관련 분야로 계속 파고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양은 “지인들에게 개인정보보호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