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검수완박’이 시작됐다. 이 법안의 목표는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해 국민들을 위한 올바른 사법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과도한 수사 업무량으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쿠키뉴스는 변화한 사법체계가 국민에게 주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새벽에 차량을 몰고 가던 A씨가 뺑소니 사고로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를 겪었다. A씨는 사건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일주일 째 답변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연일 전화에 돌아오는 것은 자동응답뿐이었다.
A씨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르고 알려주지도 않았다”며 “찾아보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아 헤맸다. 뺑소니 피해자인데도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사건 담당 경찰서의 교통과에 사건지연에 대해 질문하자 담당자 B씨는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담당관이 현재 자리에 없다”며 “업무 휴대폰에 문자를 남기면 대응하겠다. 겨울철 사고가 늘고 비번과 3교대 등이 있어 지연되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사건 등록 역시 24시간 내 하게 돼 있다. ‘경찰청훈령’ 교통사고조사규칙 제38조를 살펴보면 교통사고를 접수한 교통조사관은 24시간 이내에 대장에 교통사고 내용을 입력해야 한다.
또 교통사고 당사자에게 접수와 조사예약, 진행상황, 종결 등을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지만 별도의 규정이 없어 알리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결국, 사고 당사자는 담당관이 대응하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보내주는 SMS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업무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2020년과 2021년 인사피해 교통사고 처리기간별 현황에서는 사건의 총량은 감소하고 처리기간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인사피해 교통사고 총 건수는 20만2347건으로 2020년 21만3337건에 비해 1만1000여건이 감소했지만 사건 처리 기간은 더 늦어졌다.
인사피해 사고 중 30일 이내로 처리되던 사건은 2020년 13만여건에서 2021년 10만여건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최소 30일부터 60일이상 걸리는 사건은 2020년 8만여건에서 2021년 10만여건으로 확대됐다.
전문가는 경찰의 사건 범위가 증가한 만큼 수사에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제도의 장·단점은 존재하지만, 대비책이 없이 법안이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검수완박을 포함해 어떤 제도를 시행할 때는 장단점을 조사한다”며 “제도 시행 전 단점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검수완박 통과 과정에서 단점을 줄이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수완박 통과 초기에 경찰 수사 과부하라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신중하게 제도를 정비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예상을 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며 “그 피해는 국민이 가져가고 사건이 길어질수록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