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1일 이태원 참사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국조특위에 복귀했다. 전날 유가족과 간담회 후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 소속 국조위원들의 사의를 거절하면서 이뤄졌는데 그동안 복귀를 위한 명분이 필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예산안 합의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이 유가족과의 면담 후 갑자기 태도를 바꿔 국조특위에 복귀하겠다고 한 것은 정황상 다소 어색하다. 그동안 유가족들이 여당을 향해 국조특위에 복귀하라면서 수차례 호소했지만, 반응조차 안 보였는데 유가족과 간담회 한 번으로 즉시 복귀하겠다고 하니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유가족의 간절한 요구가 전해져 마음을 움직였다고 하더라도 통상 당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 질만 한데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국조특위 복귀를 선언했다는 것도 다소 이상하다. 복귀를 미리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게 더욱 설득력이 있다.
지난 16일 이태원에서 열린 49재에 정부 여당 관계자는 얼굴을 비치지 않자 주말 사이 악화된 국민 여론을 의식했다는 합리적 추론도 가능하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여야가 국정조사 추진 합의한 대로 예산안 합의가 선결돼야지만 국정조사에 복귀하겠다는 원칙을 연일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 다수가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방치하는 듯한 모습으로 자신들이 비추어질까 좌불안석이었을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의 국조특위 복귀를 이끈 것은 결국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배 소장은 “대통령 지지율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데 국정조사를 안 한다고 하면 상승세가 발목 잡힐 가능성이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응이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지만,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까지 단호한 태도로 가다가는 정부여당에게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민주당 소속 국조위원이던 신현영 의원의 구급차 탑승 논란도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복귀하는 또 다른 계기였다는 시각이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주말 신현영 의원의 이른바 닥터카 논란이 발생하자 본인들이 국정조사에 복귀한다고 해서 수세에만 몰리지는 않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유가족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에서 이미 본인들이 복귀하려는 마음을 먹고 만났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유가족과 간담회가 기폭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조사 첫발 뗏지만 국조기간 20일도 안 남아
野, 국조기간 연장 요구...與 “이제 막 시작, 연장론 시기상조”
국정조사 기간 연장은 향후 여야 간 첨예한 쟁점이 될 걸로 보인다. 여당의 국조특위 복귀에 따라 첫발을 내디뎠지만 남은 국조기간은 채 20일도 되지 않는다. 내년 1월 7일까지가 국조 기간이다.
야당은 실질적인 국정조사가 되지 않을 우려를 표하면서 기간 연장론을 꺼냈지만, 여당은 다소 부정적이다. 이제 막 국정조사 일정을 시작했는데 벌써 연장을 예기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다만 협상 가능성은 열려있다.
여당 국조위원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에 출연해 “정치권에 절대라는 것은 없다”며 “(국조기간 연장 요구) 수용 여부를 묻는다면 가능성은 열려있다. 오늘이라도 예산안을 처리하면 저부터라도 당장 유족을 생각해 기간을 늘려보자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