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가족, 도전 '라이브 커머스' ...집 안 웃음소리

귀농 가족, 도전 '라이브 커머스' ...집 안 웃음소리

[지리산웰빙팜] 농사꾼 임송의 귀농일기(17)
내 식대로 들려주는데 통하는 특별한 재능

기사승인 2022-12-25 12:20:50
얼마 전까지 내 1등 관심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이 칼럼에 글 쓰는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일은 2등으로 밀리고 대신 1등 자리를 아내와 딸(지우)이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이 차지했다. 관련 책도 두 권 사서보고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자료도 찾아보면서 이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 10월경이다. ‘전북 농어업 농어촌 일자리플러스센터’라는 곳에서 소상공인의 ‘라이브 커머스’진출을 도와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지원했다. 교육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통보와 함께 준비모임에 오라고 하기에 지우를 보냈다. 지우는 처음에는 내켜 하지 않았다. 준비모임에 다녀온 후 전문가와 함께 진행하는 방송 실습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느 날 다녀오더니 자신감을 보였다. 애초 3회로 예정됐던 실습을 한 번으로 끝내고 제 엄마한테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참고로 ‘라이브 커머스’는 쉽게 말해서 TV 홈쇼핑을 모바일(휴대전화기) 상에서 하는 것이다. 다만 두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하나는 방송진행자와 소비자가 댓글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구나 간단한 설비와 절차만으로 쉽게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이나 소상공인이 소비자와 직거래 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툴인 것 같다.

아내와 딸은 방송 기자재 준비(휴대전화기로 촬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명기구 외에 특별히 사들일 것도 없다) 등 몇 가지 사전 준비를 거쳐 지난 1일 첫 방송을 진행했다. 인터넷 포탈 업체인 N사의 ‘쇼핑 라이브’라는 플랫폼에 접속해서 진행했다.

첫 방송 날 나는 속으로 아내는 평생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던 사람이니 잘하겠지 싶었고 지우가 어떨지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막상 방송이 시작되니 지우는 목소리나 표정, 태도에 여유가 있는데 오히려 아내가 더 긴장하는 것 아닌가. 나중에 사정을 들어보니 항상 사람들을 앞에서 얘기하다가 사람들 없이 카메라만 덩그러니 있으니 무척 어색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내도 방송에 많이 익숙 해졌다.
사무실 한편에 설치한 스튜디오. 가게 이름을 지리산 프로듀스라고 지었다. 사진=임송

첫 방송은 성공적이었다. 물건은 한 개도 팔지 못했지만 시청자 수가 800명이 넘었고 무엇보다 방송을 진행하는 두 사람이 방송을 재미있어하고 자신감이 생긴 것이 큰 성과였다. 첫 방송을 끝내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하려던 방송을 하루에 두 번씩 하자고 했다. 오늘까지 총 20회를 했으니 주말 빼고는 거의 하루에 1~2회씩 진행한 셈이다.

방송에서는 우리가 만들고 있는 제품 3종류(아이스 군고구마, 밥 짓기 나물 4종, 뿌려 먹는 청양고추)를 돌아가며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는 댓글 다는 사람이 없어 썰렁하더니 매일 하다 보니 아는 사람이나 우리 물건을 구매했던 사람들이 들어와 반갑다고 댓글을 달기 시작했고 지금은 방송 중에 댓글이 제법 달린다.

어제는 지난주에 물건을 구매했던 고객이 뒤늦게 들어와 댓글을 다는 바람에 오전 방송은 20분, 오후 방송은 50분을 초과하여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2시간 이내에서는 상황에 따라 방송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매일 두 차례씩 방송을 진행하자면 피곤할 법도 한데 방송을 마치고 나오는 두 사람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것을 보니 안심이 된다.

두 사람이 방송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방송을 지켜보면서 일지를 작성한다. 거기에는 유입되는 시청자 수, 시청자들의 특이 반응, 구매 현황, 주요 댓글 내용, 모니터링 의견 등을 적어서 나중에 두 사람에게 전해준다.
그동안 진행한 방송 모음. 오늘 아침에 21번째 방송을 마쳤다. 사진=임송

예를 들면 아내에게 말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분위기가 처진다고 하면 다음 방송 시에는 말을 조금 빠르게 한다. 지우에게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은 좋은 데 강조할 사항이 있다거나 분위기가 처진다 싶으면 말하는 톤을 좀 높이고 속도를 빠르게 하는 등으로 전체적으로 리듬감 있게 강약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 다음 방송에 반영하는 식이다.

아직 라이브 방송의 성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방송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 방송 이후 우리 온라인 스토어에 유입되는 고객 수가 5배 이상 증가했다. 알림 신청자 수도 2배 이상 늘었다. 물론 방송을 진행하는 두 사람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방송 기자재 구매에 든 약간의 비용(약 20만 원)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비용 대비 수익이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아내는 그동안 우리가 만드는 물건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가게를 갖고 싶어 했다. 방송을 진행해 보더니 이 방송을 통해 물건을 팔면 되겠다고 좋아 한다. 지우도 라이브 방송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자기는 우리 회사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정리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싶다고 한다.

오랜만에 식구들이 공통의 주제에 협업하니 집 안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귀농하신 분들이나 소상공인분들에게 ‘라이브 커머스’에 도전해 보실 것을 권유한다. 내가 보기에 ‘라이브 커머스’는 아직 초장기라 기회가 많고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다.

최근에 오래된 영화(스타탄생)를 다시 봤다. 거기서 선배 가수가 사랑하는 후배 가수에게 이런 말을 한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내 식대로 들려줬는데 통한다는 것은 특별한 재능이야.”

해보기 전까지 어떻게 알겠나.

당신이 ‘라이브 커머스’에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 임송
중앙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펜(Upenn)대학 대학원에서 사회정책학을 공부했다. 1989~2008년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부이사관으로 퇴직 후 일용직 목수를 거쳐 2010년 지리산(전북 남원시 아영면 갈계리)으로 귀농해 농사를 짓다가 최근 동네에 농산물 가공회사 '웰빙팜'을 설립했다.

jirisanproduce@daum.net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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